양말 짝짝이로 신은 부모님… 나이들면 이 색깔 구별 힘들어진다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외출한 어르신을 종종 본다. 가장 흔한 엇갈린 조합이 검은색과 감색 양말이다. 언뜻 실수 같지만, 실제 같은 색깔로 봤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색각이 떨어져 까만색과 짙은 남색을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색각도 노화한다. 이를 알고 대처해야 인생이 다채롭다.
◇노화에 따른 색각 변화
색각은 색을 판단하는 감각이다. 눈에 보이는 세상을 정확하게 보려면 시력, 시야, 색각 등 세 가지 기능이 필요하다. 사람 눈은 카메라와 유사한데, 카메라 렌즈 역할은 수정체가 한다. 렌즈를 통과한 빛은 망막에 닿는다. 카메라 필름에 해당한다. 망막에는 다양한 시(視)세포가 있는데, 여기서 빨강, 녹색, 파란색을 구별한다. 그 조합 정도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색을 뇌로 전달해 색깔을 인식하게 한다.
나이 들면 오랜 기간 자외선을 받은 결과로 수정체가 혼탁해진다. 빛이 수정체를 통과하여 망막에 이르는 양도 적어지면서 색깔 구분이 어려워진다. 색이 전체적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그림으로 치면 유화 물감이 파스텔로 바뀌는 느낌이다. 어두운 곳에서는 색을 구별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노화에 의한 색각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어 단박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안구 렌즈(수정체)가 혼탁해진 상태가 백내장인데, 백내장 렌즈를 투명한 인공 수정체로 갈아 끼운 환자들 첫 일성이 “세상이 왜 이리 파랗게 보이냐?”고 말한다. 나이 들어 수정체에 퇴행성 변화가 오면 단파장의 빛은 망막으로 잘 들어가지 못한다. 대표적인 단파장이 파란색이다. 반면 긴 파장 빛은 잘 들어간다. 주로 빨간색과 노란색이다. 고령자들은 마치 노란색 선글라스를 끼고 사는 것과 같다. 그러다 투명한 렌즈로 교체되니 그동안 못 보던 파란색이 다시 보이면서 세상이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고령자들은 빨간색을 잘 보고 파란색을 잘 못 본다. 고령자 대상 경고나 주의 문구는 파란색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 화장실 방향 표지판도 눈에 잘 띄는 빨간색이 좋다.
◇음식 색깔 다채롭게 해야 식욕 생겨
나이 들면, 가스 불의 파란 화염도 잘 보지 못하게 된다. 80세가 보는 파란 화염 크기는 20세가 보는 크기의 4분의 1 수준으로 작다. 이 때문에 고령자가 조리를 할 때, 가스 불이 꺼진 줄 알고 손을 갖다 댔다가 옷소매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는 사고가 생긴다. 고령자는 가스 불 파란 화염이 보이는 것보다 더 크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흰색을 섬세하게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아진다. 고령자에게 흰 접시에 흰 쌀밥을 담고, 한쪽에 노란 카레를 얹어 식사를 제공했을 때, 흰 쌀밥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흰 쌀밥과 흰 접시를 정확히 식별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이때는 색깔 있는 접시를 쓰거나, 카레와 밥을 비벼서 주면 된다. 같은 맥락으로 하얀 타일이 내장된 화장실과 목욕탕에서는 흰 수건보다는 빨간 수건을 비치하는 것이 좋다.
고령자는 계단을 내려갈 때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바닥과 닿아 없어질 때 마지막 계단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발을 잘못 딛거나 스텝이 꼬이면서 넘어질 수 있다. 계단과 바닥에 조명을 충분히 비춰서 낙상 사고를 막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식탁에 올라온 음식 색깔이 선명하지 않고, 색 분별도 떨어져 식욕이 줄어든다. 다채로운 색깔의 음식을 올려서 식욕을 유지해야 영양 부실을 막을 수 있다. 고령자들은 회색이나 검정 같은 무채색에 불안감을 덜 느껴서 회색풍의 옷을 선호한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전문의는 “차가운 느낌의 색보다 따뜻한 색으로 주변을 치장하면 정서적으로 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며 “나이 들수록 망막으로 전달되는 빛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고령일수록 실내 환경 조명 밝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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