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예로 못 뛰는 동아시안컵..한·중·일의 '동상이몽'
일본은 파리 올림픽 세대 주축 구성
중국도 리그 일정 탓 총력전 망설여
서로 다른 셈법 '흥행 실패' 불 보듯
다음달 개최되는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선 한·중·일 3개국의 동상이몽이 도드라진다. 동아시아 최강의 자존심을 겨루는 무대에서 세 나라가 서로 다른 연령대로 출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이 K리거를 중심으로 국내파의 마지막 실험무대를 기대하는 것과 달리, 중국과 일본은 각각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자연스레 두 나라의 선수 연령대도 23세와 21세로 굳어지고 있다.
과거 일본이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적은 종종 있었지만, 중국까지 비슷한 선택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최고의 흥행카드인 한·일전을 비롯해 한·중전과 중·일전 모두 팬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 이번 대회에 북한이 코로나19로 불참해 나머지 1개국이 상대적으로 약체로 분류되는 홍콩이라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격년으로 열리는 동아시안컵의 파행 운영은 두 가지 원인으로 풀이된다.
먼저 개최권을 확보한 중국이 올해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반납해 일본으로 개최지가 바뀐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방역 규정상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최소 3주 이상 격리토록 하므로, 대표팀 선수들이 동아시안컵에 참가할 경우 중국 슈퍼리그의 일정이 꼬인다. 동아시안컵 대회 기간이 7월19일부터 27일까지 길지 않은 편이지만 슈퍼리그는 한 달 가까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세르비아 출신의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중국대표팀 감독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 이후 동아시안컵 출전 연령대 변경을 고민하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유다.
다만 중국의 ‘시나스포츠’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8위에 머물고 있는 중국이 동아시안컵에서 부진할 경우 차기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에서 낮은 시드를 배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 하나의 변수일 수 있다.
동아시안컵이 FIFA 주관 대회가 아니어서 유럽파를 차출할 수 없다는 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정식 A매치 대회로 분류되면서도 총력전을 펼칠 수 없으니 다른 쪽에 더 신경쓰는 경우가 나온다. 일본은 이 문제로 현재 21세의 파리 올림픽 멤버들을 동아시안컵의 주축으로 내세운다.
다만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의 개막이 임박하자 일부 정예 멤버의 차출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대표팀 감독은 지난 28일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파리 올림픽 세대를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면서도 나가토모 유토(도쿄)와 사카이 히로키(우라와), 오사코 유야(고베) 등 30세가 넘은 일부 선수들을 소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리야스 감독은 “아직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할) 선수의 발굴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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