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업계, '온라인 역직구'로 불황 돌파 기대
롯데면세점, 가장 먼저 플랫폼 열어..신라·신세계 등 속속 출점 계획
국내 면세점이 세계 면세업계 중 처음으로 온라인 역직구(해외판매) 사업을 시작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한국을 찾는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업체가 경영난을 겪자 관세청이 올해 3월부터 국외 거주 외국인의 국내 면세점 상품 온라인 구매를 허용했다. 고사위기였던 면세업계는 이 사업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며 해외 소비자 모시기 경쟁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은 29일 면세점업체 중 처음으로 온라인 역직구 플랫폼을 열고 인기 국산 제품을 중국과 미국, 일본 등 9개 국가에 팔기 시작했다. 롯데면세점은 설화수와 정관장 등을 비롯한 220개 브랜드 상품을 선보였고, 연내 400개까지 판매 브랜드를 늘릴 계획이다. 9개 국가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70달러 이상 구매 시 배송비 없이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소비자를 겨냥해 오는 7월 자사 중국몰에서 국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300여종의 상품을 선보인다. 신라면세점은 상품 배송을 위해 중국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와 지난 28일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차이냐오는 한국 내 물류 작업부터 중국 내륙까지 신라면세점 상품 배송을 담당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7월,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하반기 중 역직구 플랫폼을 개점할 예정이다.
관세청이 세계 최초로 역직구 사업을 허용한 것은 면세점업체의 자구책만으로는 업황 개선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 회복이 더딘 데다 매출의 대부분을 올려주던 중국 다이공(보따리상)이 중국 당국의 봉쇄 조치로 한국에 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환율마저 올라 내국인 관광객에게도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달러로 제품을 구입·판매하는 면세점은 환율이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된다. 일부 고가 제품에서는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보다 비싼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면세점업계는 환율 보상 등의 이벤트를 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고환율 환경을 이겨내기는 역부족이다. 관세청은 역직구를 허용하되 판매 상품을 국산 브랜드로 한정해, 면세점을 통한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의 판로 개척을 돕도록 했다.
면세점업계는 이번 온라인 역직구 허용이 불황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품만 다루는 한국 면세점의 신뢰도와 가격 경쟁력, K콘텐츠 열풍이 더해지면 해외 직구 시장에서도 경쟁해볼 만하다”며 “중견 브랜드는 플랫폼에서 해외 소비자를 상대로 다양한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다이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내국인의 면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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