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4시간이면 어때, 자식 좋은 대학에 간다면"..맹모 선호하는 이곳

조성신 2022. 6. 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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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국내 대형 유통회사와 외국계 제조업체에서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모씨와 한모씨는 각각 1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도 내 읍단지 택지지구에 거주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만 3~4시간에 달하지만, 서울로 이사하지 않는 이유는 자식들 때문이다. 최근 농어촌 특별전형을 통해 서울시내 4년제 대학 진학을 성공한 이들은 둘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사 계획을 접었다.

대입 특별전형 중 하나인 '농어촌 전형'이 가능한 전국 주요 읍·면 내 아파트가 학부모 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29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농어촌 전형은 대학입학전형 가운데 '정원 외' 모집에 속하는 대표적인 특별전형으로, 1996년 도입됐다. 202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보면, 농어촌 전형은 행정구역 상 읍·면에 거주하면서 초·중·고 12년(학생만 거주 시) 또는 중·고 6년 이상(학생·부모 모두 거주 시)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신청할 수 있다.

특히 농어촌 전형으로 응시한 학생들 간의 경쟁을 통해 입학인원을 선별하기 때문에 일반전형보다 대학입시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다발적으로 응시가 가능한 일반전형보다 상대적으로 입시 경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학생들의 전입 비율도 높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전남 무안군 소재 중학교 전입 비율은 4.4%로 전국 평균(2.5%)을 크게 상회한다. 경기 양평군 소재 중학교의 전입학생 비율도 약 5%로 높다.

학생 전입은 일반적으로 온가족을 대동하기 경우가 많은 만큼, 농어촌 전형이 가능한 지역들의 주택 수요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전남 무안군의 올해 4월 기준 주택 거래량은 332건으로 전년 대비 약 58%가 늘었다. 충북 음성군의 주택 거래량 역시 469건으로 83% 이상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거래량은 30% 가량 감소했다.

농어촌 전형이 주택 선택시 주요한 고려요인으로 부상하면서 가능 지역 내 신규 사업장의 청약경쟁률로 대체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올해 4월 경기 화성시 비봉면에서 공급된 '화성비봉 예미지 센트럴에듀'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506가구 모집에 3322명이 몰려 평균 6.57대 1의 청약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달 충북 충주시 주덕읍에 분양된 '서충주 푸르지오 더 퍼스트'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2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들 사업장은 모두 농어촌 전형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도 양평군의 경우 최근 1년(2020년 3월~2021년 3월) 거래량인 1049건 대비 지난 1년(2019년 3월 2020년 2월) 거래량은 3148건으로 3배 넘게 올랐다. 연천군(27.09%, 203건→258건)이나 가평군(76.25%, 400건→705건) 등도 경기 평균 거래량 증가율(6.07%, 42만7019건→45만2954건)을 크게 웃돌았다.

일각에서는 농어촌특별전형이 '무늬만 농어촌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준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수도권 내 대표적인 도농복합지역인 경기도 양평·가평·광주 일대의 경우 서울의 고소득층이 전원주택을 짓고 자녀를 전입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양평군 소재 Y고교는 매년 농어촌특별전형으로 다수의 명문대 합격생을 내는 지역 명문고로 급성장했다. 심지어 도농복합지역 내 일부 신축 아파트는 공공연하게 농어촌 특례입학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집값 올리기'에 열을 올린다. 이 때문에 정작 진짜 농어촌 자녀는 특별전형에서 배제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농어촌특별전형 자격을 잃을까봐 읍에서 동으로의 승격을 거부하는 풍경도 발생했다. 2013년 여주군이 여주시로 승격될 당시 지역민들이 집단적으로 항의 농성에 들어간 배경 역시 농어촌특별전형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일부 농어촌 지역은 아예 지역 내 고교가 없어 농어촌특별전형 기회를 포기해야만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편법 사례를 확인하는 검증 절차를 갖추지 않고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또 행정구역을 정하는 다른 부처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는 이상 교육부가 지역 고교와 행정구역상 '미스매칭'을 교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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