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악연 끝날까..마무리 접어든 정부-론스타 분쟁(종합)

오주현 2022. 6. 2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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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되팔아 시세차익 본 론스타..정부 책임 주장하며 2012년 ISDS 제기
2016년 변론 끝난 후 공전..의장중재인 교체되며 절차종료 연기
소송 규모 6조원대..패소하면 한덕수·추경호 등 책임론 불거질 듯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 개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오주현 기자 =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사건의 중재판정부가 29일 '절차종료'를 선언했다.

2012년 제소 후 10년간 이어진 론스타와의 법정 다툼이 마침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론스타와 정부의 '악연'은 2003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1조3천834억원에 사들인 뒤 2006년부터 되팔기 위해 국민은행, HSBC와 차례로 매각 협상을 벌였다. 결국 2010년 11월 계약을 거쳐 2012년 보유지분 51.02%를 3조9천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헐값매각 의혹이 불거지며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구속되고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기소되는 등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까지 투입된 사건이었지만 이 전 행정과 변 전 국장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엄청난 차익을 거뒀음에도 론스타는 2007년 HSBC와 5조9000억원대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부가 승인을 미뤄 계약이 파기됐고,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팔게 돼 손해를 봤다며 정부에 책임을 묻고 나섰다.

론스타는 또 정부가 하나금융과의 협상에서 가격 인하를 압박했고, 부당하게 과세해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결국 2012년 11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46억7천950만 달러(약 6조356억원) 규모의 ISDS(Investor-State Dispute)를 제기했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과의 법령이나 정책 등에 따라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2013년 5월 사건을 심리할 중재판정부 구성을 마친 후, 같은 해 10월부터 서면 심리절차를 진행했다.

2015년 5월부터는 미국 워싱턴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심리기일이 개최됐고, 2016년 6월 변론이 종료됐다.

한국-론스타 ISD 소송 열리는 세계은행 건물 입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ICSID는 2018년 11월 법무부에 곧 중재판정부의 절차종료 선언이 유력하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실제 절차 종료 선언은 이뤄지지 않았고, 명확한 이유 없이 계속 지연됐다.

2020년 3월에는 의장중재인인 조니 비더가 건강상 이유로 사임하고, 같은 해 6월 윌리엄 비니 중재인이 선임되면서 절차 종료는 또다시 미뤄졌다.

2020년 11월에는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 협상액 8억7천만 달러(약 9천630억 원)를 제시하고, 협상안을 수용하면 ISDS 사건을 철회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들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등의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건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사건을 검토하던 ICSID는 의장중재인 교체 이후 1년 반가량 더 사건을 심리한 뒤 소송 제기 후 3천508일째인 이날 최종적으로 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절차 종료는 중재 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의미로, 선언일 이후 120일 이내(120일 이내에 판정이 어려운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180일 이내)에 판정을 선고하게 된다.

정부는 선고가 나올 시 관계부처 TF를 중심으로 판정문을 분석해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선고는 이유를 기재하지 않거나 절차 규칙 등을 이유로 120일 이내에 취소 신청이 가능하다.

정부가 패소할 경우 세금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 등에 관여했던 인사들의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론스타와 관련한 책임론이 거론됐다.

한 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였던 김앤장의 고문이었고 추 부총리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시기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 총재는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당시 론스타펀드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지금까지 소송 대응을 위해 50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소송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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