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강릉 초열대야

차준철 논설위원 입력 2022. 6. 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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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에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지난 26일 저녁 강릉시 안목해변에서 시민들이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슬라(何瑟羅)는 강원 강릉의 옛 이름이다. 지금도 강릉의 길, 학교 이름으로 남아 있다. 원래 고구려에 속해 하슬라 또는 하서라로 불리다가 4세기 말 신라 영토가 된 뒤 아슬라(阿瑟羅)주가 된다. 하슬라와 아슬라는 당시 우리말로 불린 땅 이름을 그대로 한자를 빌려 표기한 것이다. 아슬라는 ‘큰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의 기운’을 뜻한다고 하니 동해와 산과 강이 어우러진 강릉의 경관을 눈에 보이듯 그려낸 정겨운 이름이다.

강릉은 온난습윤 기후에 속한다. 계절별 평균기온이 봄 12.7도, 여름 23.7도, 가을 15.2도, 겨울 2.3도로 온화하다. 서쪽으로 태백산맥이 길게 가로막고 있고 동쪽으로 동해와 접해 있는 지형이라 같은 위도의 타 지역에 비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해양성 기후의 특성을 보인다. 연교차가 24.1도로 작다. 1942년 7월25일이 39.4도로 가장 더웠고 1915년 1월13일이 영하 20.2도로 가장 추웠던 기록이 있지만 기온 극한값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여름으로 따지면 2001~2010년 분석 결과 연간 열대야 일수는 1.3일, 폭염 일수는 3일에 그쳤다.

이런 강릉의 밤(엄밀히 따지면 아침)이 서울의 낮보다 뜨거웠다. 29일 오전 7시30분에 30.7도를 기록했고 밤사이 최저기온도 30.1도였다. 전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 27.9도, 수원 29.8도, 인천 26.3도보다 높았다. 기상청은 밤사이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백두대간을 넘어가며 푄 현상이 더해진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흐린 날씨가 이어지며 낮에 오른 기온이 내려가지 못해 강릉에 사흘째 열대야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열대야는 오후 6시~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30도 이상일 때는 ‘초열대야’로 부르는데 강릉에 초열대야가 나타난 것은 9년 만이고, 전국적으로 6월에 초열대야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열대야는 비단 강릉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도 지난 26일부터 24.8도, 25.4도, 25.8도로 연일 6월의 하루 최저기온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여름은 멀었는데 6월부터 낮보다 뜨거운 밤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역대급, 찜통, 가마솥을 능가하는 어떤 말로 올해 더위를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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