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게리맨더링'에 눈감은 보수 대법원.. 또 공화당 편들기

김표향 입력 2022. 6. 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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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반세기 동안 헌법으로 보장했던 여성의 임신중지(낙태) 권리를 박탈한 데 이어 유색인종을 비롯한 소수자 투표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보수 대법관 6명 대 진보 대법관 3명으로 갈린 연방대법원의 '보수 절대 우위' 구도가 또 발목을 잡았다.

하센 교수는 "선거구 구획에 '인종 중립' 원칙을 적용했다는 각 주의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이면 소수자의 투표권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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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에 위치한 의사당 앞에서 임시중지권 지지자들이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 항의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잭슨=AP 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반세기 동안 헌법으로 보장했던 여성의 임신중지(낙태) 권리를 박탈한 데 이어 유색인종을 비롯한 소수자 투표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보수 대법관 6명 대 진보 대법관 3명으로 갈린 연방대법원의 ‘보수 절대 우위’ 구도가 또 발목을 잡았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루이지애나주(州) 선거구 획정안에 투표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연방항소법원 판결을 효력 중지하고 상고를 받아들이는 약식 명령을 내렸다. 또한 오는 10월 심리가 예정된 앨라배마주 선거구 재획정 관련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 사건 심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임신중지권 보장 무효화 판결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진보 대법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지만, 보수 대법관들의 뜻대로 결정됐다.

NYT는 “대법원 명령은 루이지애나주에서 공화당이 유리하게 획정한 선거구에 기반해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라며 “의회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민주당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고 짚었다.

2013년 대법원은 '인종차별 투표 관행이 있는 주에선 선거법을 개정하기 전에 연방법원이나 법무부에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투표권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루이지애나주, 앨라배마주, 조지아주는 올해 선거를 앞두고 50년 만에 사전 승인 없이 선거구를 개편했는데, 그 과정에서 흑인과 백인 유권자들의 표는 등가성을 잃었다.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이번 선거구 재획정에 토대가 된 2020년 인구조사에서 흑인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그러나 6개 선거구 가운데 흑인 유권자가 다수인 선거구는 단 1곳뿐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가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을 하나로 묶어 흑인 유권자를 한 곳에 몰아넣는 '인종 게리맨더링'을 자행한 탓이다. 인구 비율대로 따지면 흑인 선거구가 최소 2곳은 돼야 한다.

민주당 소속 존 벨 에드워드 주지사의 거부권마저 주의회에서 부결되자, 시민단체들은 소송에 나섰다. 이달 초 연방법원은 루이지애나주에 흑인 다수 선거구를 1곳 더 만들라고 판결했고 항소법원도 이 판결을 유지했으나,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면서 제동이 걸렸다. 리처드 하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법학 교수는 “법원이 소수자 투표권을 후퇴시킨 또 다른 예”라고 일갈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보수 편향적인 대법관 구도상 선거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하센 교수는 “선거구 구획에 ‘인종 중립’ 원칙을 적용했다는 각 주의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이면 소수자의 투표권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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