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병원·박용진 등 '양강양박' 출마 러시.. '97세대론' 재점화
강병원 "새 술은 새 부대에" 첫 출사표
박용진 30일 출마 관련 기자간담 개최
'86세대' 이인영 출마 접고 물꼬 터 줘
박주민·강훈식도 조만간 결정 내릴 듯
일각선 "젊음 외 메시지가 없다" 비판
이재명 측선 전대 캠프 사무실 물색 중
29일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여의도 국회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위기,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97세대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건 강 의원이 처음이다.
강 의원은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당대표가 돼 하나로 뭉치는 당을 만들겠다”면서 “뼈를 깎는 혁신, 책임정치, 신뢰 회복을 통해 승리하는 민주당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깊어진 계파 갈등에 대해선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 싸움으로 얼룩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그 우려를 뛰어넘어 통합의 싹을 틔우기 위해 출마했다”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 달라”고 강조했다.
97세대의 잇따른 출마에 대해 박 의원은 “자기 가치와 비전을 얘기하고 쇄신과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계파의 곁불을 쬐고 악성 팬덤 뒤에 숨었던 사람들이라면 당의 쇄신 방향과 맞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도 출마에 무게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래서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가든 부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 출마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강훈식 의원 역시 출마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97세대인 전재수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등도 출마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 청산과 당의 근본 체질 개선을 주장하며 등장한 97세대론은 지난달 중순 이재명 의원이 잠행을 깨고 활동을 재개하며 힘을 잃어 가는 형국이었다. 이 의원의 대항마가 될 만한 인물이 뚜렷이 보이지 않고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다는 지적 속에 시들해져 가던 97세대론은 이날 강 의원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
97세대가 이처럼 출마를 서두르게 된 배경에는 4선 중진 이인영 의원이 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전날 서울 모처에서 ‘양강양박’ 네 의원을 불러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서두르라고 재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번 주 안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을 경우 세대교체 여론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 측이 전당대회에 대비해 캠프 사무실을 물색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 의원은 앞서 당 원로인 상임고문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전당대회 출마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설훈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의원이 권노갑·김원기·임채정·정대철·문희상 상임고문 등 5명의 원로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임고문들은 이 의원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설 의원은 “특징적인 건, 다섯 분 중 네 분이 출마하지 말라고 권유했다는 점”이라며 원로들이 이 의원 출마를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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