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실과 당 사이 불화 일으켜"
당 윤리위원회의 '성접대 증거인멸교사 의혹' 징계심의 출석을 8일 앞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권 인사들과의 대립각 세우기를 그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29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진행된 제2연평해전 20주년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실과 당 간에 불화를 일으키기 위해 익명 인터뷰를 한다"며 "국민 여러분도 익명발로 나오는 인터뷰는 어지간해선 다 무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한 언론에서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면담 요청을 거절하면서 "의제나 사유를 사전에 밝혀달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이처럼 '무시'를 호소했지만,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SNS에도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언제까지 저는 가만히 있는데 이렇게 메시지 혼선을 계속 가져올지 의문"이라며 "오늘 등장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누구였을까"라고 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프레임을 재차 부각한 셈이다. 그는 같은 매체가 지난 24일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측'이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던진 미끼를 안 물었길 진심으로 기원드린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도 직접 공유하며 반응한 바 있다.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누가 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 비공개 만찬이 있었다는 설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던 것에도 "이미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냈다"고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안철수 의원과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안 의원이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공격이 이해가 안 된다.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은) 2016년 총선 때 승리가 상처가 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한 질문에 그는 "안 의원이 2016년에 사시나보다. 그런 거 평생 즐기십시오"라고 비꼬았다.
이날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전날 오후 국민의힘 수도권 전·현직 당협위원장 모임인 '이오회(2·5회)' 행사에 참석해 대권주자를 자처하며 차기 당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받은글'이 돌기도 했는데, 이 대표는 "개개인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 의원은 이날 서울 서초구에서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누군가가 시선을 자기들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모으기 위해 악의적인 거짓말을 퍼뜨린 것"이라고 반응했다. 의원실 차원에서도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불순한 목적과 의도를 담은 음해의 글"이라고 밝혀, 이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가 이날 오후 경북 포항 영일만대교 현장부지 방문 일정을 잡은 것도 최근 자신에게 '혁신위 사조직 의혹'을 제기한 김정재(경북 포항 북) 의원을 겨냥한 행보라는 뒷말이 나왔다. 지난 대선 당시 '잠행' 중 친윤계 핵심이자 갈등관계인 장제원 의원이 자리를 비운 부산 사상구 지역사무실을 '기습 방문'했던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김영식(경북 구미) 의원실과 협의를 거친 일정이라면서도 "제가 포항에 못 갈 이유는 없다. 김 의원이 포항의 영주도 아니고…"라며 "허위사실에 기반한 당 대표에 대한 공격은 어차피 포항시민들에게도 지지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김 의원에게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오는 30일 서울경찰청 접견조사를 앞둔 김성진씨가 '9년 전 이 대표를 성접대한 뒤 이 대표로부터 박근혜 시계를 받았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이날 SNS에 공유하면서 "저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시계를 받은 적도 없고 구매한 적도 없다"며 "엄청나게 거짓말을 해대면서 장난치는군요"라고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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