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고도 손해 보고 인정받지 못한 자에 대한 은총
[[휴심정] 문병하목사의 희망충전]
백선행 집사는 1848년 헌종 15년에 백지용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백지용은 평양 박구리에 살던 가난한 농민으로, 백선행이 7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편모 슬하에서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어렵게 성장한 백선행은 14살에 가난한 농민 안재욱에게 출가했다. 그러나 남편 안재욱은 병약해 결혼 직후 자식 한명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16살에 과부가 된 백선행은 다시 과부 어머니를 찾아 친정으로 돌아왔다. 청상과부로 전도를 받고 교회에 나갔고, 신앙이 돈독해졌고, 천국 소망을 가지고 살았다. 마당에 꽃을 재배하여 팔고, 삯바느질을 하고, 안 먹고 안 쓰며 푼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재봉틀을 사서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모든 돈이 200냥이었다. 당시 쌀 1섬이 5냥이었다. 쌀 40섬에 해당하는 200냥으로 시아버지와 남편을 양지 바른 좋은 곳에 묻어드려야겠다고 생각한 백 집사는, 먼 친척 되는 사람에게 돈을 맡겨, 대동강변에 있는 산을 구입하였다. 산의 문서를 받아 쥔 어린 과부 백 집사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남편의 무덤을 이장하려고 산에 가보니, 이것은 산이 아니라 나무 하나 살 수 없는 바위산이었다. 먼 친척에게 속은 것이다. 그 산의 이름은 만달산(晩達山)이다. 백 집사는 크게 실망을 하였지만,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이 이 산을 샀더라면 그가 망할 것인데, 이 손해를 나에게 돌리셨습니다.”
평양에는 백 집사가 망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 후에, 일본인들이 대동강에 다리를 놓으려고 계획하고, 시멘트 공장을 세우려고 석회암 지질조사를 하던 중 대동강에 있는 석회암산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백 집사의 산이었다. 기업주 오노다(小野田)는 중개인을 통하여 그 산을 300냥에 팔라고 했다. 그러나 백 집사는 그 산은 팔지 않는다고 거절하였다. 오노다는 거절하는 이유가 돈을 더 받으려는 속셈이라고 생각하여 이번에는 1000냥을 준다고 했다. 그래도 거절하자 다시 5000냥을 준다고 했는데 또 거절했다. 그러면서 백 집사는 “이 산은 절대로 팔 수 없으니 절대로 오지 마시오!”라고 말했다. 그 산을 사려는 오노다는 백 집사가 석회암이라는 것을 알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산을 구매했을 때의 100배인 2만냥을 준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또 거절했다. 오노다는 교회에 충성하는 백 집사가 목사님의 말씀은 잘 듣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지사를 동원하여 백 집사가 출석하는 교회 목사님에게 설득하도록 부탁하였다. 목사님이 심방을 하여, 산을 팔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백 집사가 담담하게 말했다. “목사님,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200냥에 이 산을 샀더니, 사람들이 나더러 망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산을 2만냥에 사 간다면, 산 사람은 크게 망할 게 뻔한데, 어떻게 망하라고 팔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을 믿는 내 신앙 양심으로는, 나 혼자 망하고 말지, 다른 사람도 망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목사님으로부터, 이 산은 석회암 산이며 제값을 받고 파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2만냥에 산을 팔았다.
1908년, 백 집사는 환갑이 되던 날 남편의 묘소가 있는 대동군 객산리에 다 쓰러져 가는 나무다리를 3000원 가까운 사재를 털어 돌다리로 바꿔줬다. 객산리 사람들은 백 집사의 음덕으로 준공된 다리를 ‘백 과부 다리’라 불렀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착한 일을 한 사람을 ‘백 과부’라 부르기 민망하다 하여 ‘과부’ 대신 ‘선행’이라 부르고, 다리 이름도 ‘백선교’라 고쳐 불렀다. 평양에 3층 규모의 공공회관을 건립하고, 이어 평양 광선학교, 창덕학교에도 토지를 기부하였다. 미국 선교사 사무엘 마펫이 세운 ‘평양 장로회 신학교’와 ‘숭실 학교’(현 숭실대학교의 전신) 설립에, 토지를 희사해, 한국 기독교 인재 양성에 큰 헌신을 했다. 1925년 모든 재산을 빈민구제 단체에 기부해, 당시 총독부가 표창을 수여하려 했지만, 이를 거절했다. 예전에는 여자들은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수원댁, 백 과부, 백 집사로 불렀는데, 백 집사의 선행에 감동하여 사람들은 백선행 여사, 교회에서는 백선행 집사로 불렀다. 1933년 5월12일 백선행 집사가 86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날 때, 여성 최초의 사회장이 거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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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인정하여 보이는 것을 가지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더 높은 것, 더 많은 것, 더 힘센 것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요한은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요한1서 2:16)고 했습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을 더 가지려고 들면 들수록 보이지 않는 것에서 축이 나는 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이 보이는 세상에서 자기 자랑을 하고 나면 보이지 않는 나라에서는 받을 상이 없습니다. 보이는 세상에서 베풀고도 손해 보고 인정받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갚아주십니다. 그것은 주님의 약속입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주리라.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누가복음 6:38)
글 문병하 목사/양주 덕정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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