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희룡 장관 발언,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역행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에 반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기조연설에서 "과거에는 수도권 발전을 억제하고 수도권 시설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해 수도권과 지방의 성장 격차를 줄이는데 몰두했다"며 "이러한 획일적인 분산 정책은 결국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는 도시 간, 지역 간 압축과 연결을 통해 국토의 균형발전과 도시의 혁신을 설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대통령 공약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기관 이전에 역주행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것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실세 장관의 발언이어서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원 장관은 '수도권 시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는 곧 '수도권 공공기관'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원 장관의 발언을 보면 지방의 공분을 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며, 사실 관계에 부합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의 발언 중 1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이 실패했다는 부분도 동의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1차 이전은 참여정부 당시인 2005년 처음 계획됐지만 2014년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2019년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11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마무리됐다. 혁신도시는 2020년 기준 계획인구 대비 83.6%를 달성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다만 혁신도시가 대부분 신도시나 신시가지형이다 보니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살고 있고, 지방의 시군은 인구 부족으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만 해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임기를 끝마쳤다. 윤석열 정부만큼은 다를 줄 알았는데 원 장관의 발언으로 그런 기대에 금이 가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더 이상 희망고문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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