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정부도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

2022. 6. 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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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우리는 글로벌 물가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008년 이후 최고치인 5.4%를 찍었고 지금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미국은 훨씬 심각하다. 지난달 물가가 8.6% 올라 40년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방기금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면서 다우지수가 3만선 밑으로 하락하는 등 시장은 공포에 휩싸여 있다. 과열되었던 경기가 진정되고 거품의 우려도 해소되면서 미국 경제가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비관적이다. 물가를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6%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을 오판해서 긴축시기를 놓쳤다는 중앙은행의 실패라고 몰아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행의 대응은 적절했다. 지난해 7월 0.5%였던 기준금리를 금년 5월까지 다섯 차례 걸쳐 25bp씩 꾸준히 인상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비해 '베이비 스텝'이라고 비판을 하지만, 선제적으로 쉬지 않고 올린 것은 대통령 선거나 지방 선거 등 정치 일정 등을 감안했을 때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다.

성장 활력이 미국에 비해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이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점은 선제적 금리 인상의 결과이다. 문제는 정부다. 경제 이론상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이고 재정도 긴축으로 운영해야 하지만 역주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는 2018년 GDP 대비 1.6%의 흑자를 보인 이후 2019년부터 줄곧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 위기 때문에 불가피했다. 걱정되는 것은 2차 추경 이후 금년도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무려 70조원으로 GDP 대비 3.3%에 육박할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활력이 회복되었음에도 엄중한 고물가 위기 속에서 재정수지가 적자 확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운 목소리에 공감해서 집권하자마자 곧바로 2차 추경을 한 점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해도 재정수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쉽다.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물가 불안의 시기에 정부가 재정적자를 늘린다면 한국은행은 '베이비 스텝'이 아닌 미국 못지않은 '큰 걸음'을 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것이다. 우리의 경제는 과도한 경기 침체를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년 1분기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3.0%였다. 올해 전체로 잠재성장률인 2.0% 이하로 떨어지려면, 적어도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만 한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가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둔화로 성장률이 낮아지더라도 잠재성장률 이하로 갈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출범한 정부 입장에서는 성장률 숫자가 아무리 높아도 배부르지 않겠지만, 우리 경제의 체급을 감안하면 2.0%도 축복이다. 이번 위기만 진정시킨다면 치고 올라갈 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재정을 운영해야 한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를 내년에는 균형 수준으로 맞춘다는 목표를 세우고, 금년 중에도 적자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영업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정부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해서 반드시 올해 하지 않아도 되는 투자사업 등은 설령 예산에 잡혀있더라도 내년 이후로 미루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 오일쇼크와 같은 글로벌 물가 위험을 슬기롭게 헤쳐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1980년대에도 물가위기를 극복하면서 '3저 호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 이면에는 정부가 허리띠를 조이며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그때처럼 하지 않는다면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했던 일본처럼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눈치보지 않고 원칙대로 일했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경제도, 재정도 그렇게 운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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