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급기야 보험사까지.. 바닥에 처박힌 금융권 신뢰

강길홍 2022. 6. 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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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하루가 멀다시피 사건·사고가 터진다.

교보생명 소속 보험설계사 A씨는 2019∼2020년 한 업체가 송금한 단체 일괄수납 개인연금저축 보험료 중 추가납입 보험료 4714만여원(보험계약 401건)을 입금 처리하지 않고 본인·가족 등의 유지 보험료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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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삼성·DB생명 등 보험사기
가족보험료 대납 어이없는 일도
"어디 썩지 않은 곳이 없다" 토로
'도덕적 해이' 금융 전방위 확산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하루가 멀다시피 사건·사고가 터진다. 내로라하는 금융사의 CEO(최고경영자)와 임직원은 물론 보험설계사까지 "어디 한군데 썩지 않은 데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교보생명에 대한 검사를 통해 보험설계사들이 고객의 보험 납입금을 본인의 보험료로 유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교보생명 소속 보험설계사 A씨는 2019∼2020년 한 업체가 송금한 단체 일괄수납 개인연금저축 보험료 중 추가납입 보험료 4714만여원(보험계약 401건)을 입금 처리하지 않고 본인·가족 등의 유지 보험료로 사용했다.

사기 행각을 벌인 설계사도 있었다. 교보생명 소속의 또다른 설계사는 지난 2018년 7월 입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10일간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입원확인서·진료비영수증 등을 발급받아 6개 보험사로부터 374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금감원은 최근 대대적인 검사를 통해 교보생명, 삼성생명, DB손해보험 등 13개사의 전·현직 보험설계사 25명이 보험 사기에 연루된 사실을 적발하고 제재를 내렸다.

보험사만이 아니다. 농협에서는 최근에만 두건의 대형 횡령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경기 파주시의 한 지역농협 직원이 회삿돈 70억원가량을 횡령했으며, 경기 광주시의 지역농협에서도 한 직원이 4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새마을금고에선 지난달 송파중앙새마을금고 지점에서 한 직원이 16년에 걸쳐 고객 예금 등 40억원 가량을 빼돌린 사건이 적발되더니 최근 강릉의 새마을금고에서 22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횡령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KB저축은행에선 6년 넘게 대출 서류를 조작해 은행 돈 94억원을 빼돌린 직원이 구속됐다. 이 직원은 횡령한 돈 대부분을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의 횡령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8년 55억7290만원이었던 횡령액은 2021년 152억6580만원, 2022년은 5월 중순까지 687억9760만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증시에서 이른바 '동학 개미운동'을 이끌며 개인 투자자들의 멘토로 이름을 날린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차명 투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표를 냈다. 메리츠가 운용하는 P2P(개인 간 금융)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에 존 리 대표의 배우자가 주요 주주로 있는 P2P업체 상품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존 리 대표가 배우자 명의를 빌려 해당 업체 지분에 투자했는지를 포함해 P2P 사모펀드 운용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금융은 경제를 떠받치는 '혈맥'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먹고 산다.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이 흔들리고, 국가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서민 생활이 한층 팍팍해져가는 때 금융사의 잇딴 비리는 공분을 사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경영학)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사들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나 매뉴얼은 갖춰놨으나 현실에 맞지 않아 현장에 적용이 안된 탓"이라며 "고객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은 결국 다른 예금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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