샅샅이 조사해야 해법도 나온다

한겨레 2022. 6. 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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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게티이미지뱅크

[숨&결] 김준 |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연수연구원

생물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기법이 보편화할 때마다 생물학은 급격하게 발전했다. 아주 작은 미생물과 세포까지도 살펴볼 수 있게 해준 현미경과, 그 세포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유전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 염기서열분석법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법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인간의 유전병, 그리고 지구에 사는 수많은 생물이 담고 있는 온갖 비밀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발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세포 하나하나가 각각 어떤 유전자를 작동시키는지 뜯어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세포 하나에 담긴 유전자를 살펴보는 건 마치 밥알을 한알씩 씹으며 비빔밥 한그릇에 담긴 맛을 향유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비빔밥을 맛보려면 한 숟갈은 크게 떠먹어야 하지 않나.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세포를 수백개는 그러모아야 했다. 그런데 믹서기로 갈고 나면 비빔밥 안에 무슨 나물이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것처럼, 세포들을 전부 섞어서 살펴보니 조직 안에 있던 세포들의 다양성이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제대로 연구하려면 세포를 하나씩 제대로 들여다볼 방법이 필요했다.

이런 필요에 맞춰 세포에 번호를 붙이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세포를 나노리터(10억분의 1리터) 정도로 작은 물방울에 하나씩 담고 번호를 붙여 세포마다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후에는 이 번호표 정보와 유전자 정보를 함께 읽어내 “폐 조직 안에 있는 67번 세포에서는 948번째 유전자가 32번 작동했구나”라는 식으로 개별 세포 안에서 작동한 유전자 정보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다. 조직을 한덩어리로 간주하는 대신, 조직 안에 있는 개별 세포의 다양성과 차이를 유전자 수준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 기법은 사람을 포함한 온갖 생물에 대한 이해를 한차원 높이고 있다. 수많은 개별 세포 안에서 작동하는 유전자 정보를 죄다 모아 누구나 그 정보를 활용해 생명이라는 신비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수정란에서 사람이 되는 발생과정을 개별 세포 내 유전자 작동 방식으로 이해하는 게 그 시작이다. 이 과정에서 세포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해 조직을 이루고 장기를 작동시키는지 알 수 있다면, 세포 하나하나를 이해함으로써 거꾸로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람이라는 시스템을 뒤흔드는 노화나 질병 같은 요인들로부터 벗어나고, 이를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진 않을까. 이제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고 하지만, 남은 절반은 여전히 한국 전역의 다양한 지역에서 살아간다. 지역마다 중요한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방식도 다르다. 누군가는 기나긴 가뭄이라는 재해를 체감하지 못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터전을 옮기기도 한다. 그 이유를 알아내고 해소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곳곳을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예컨대 최근 부산상공회의소는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를 조사했다. 청년이 원하는 급여와 부산지역 기업이 줄 수 있는 인건비가 연 4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는 게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또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은 경남에서 청년 여성 인구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청년 여성들이 바라는 개선 방안을 조사했다. 흥미롭게도 주택이나 문화보다 일자리가 개선돼야 한다는 답이 많았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샅샅이 조사해야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또 제대로 된 해답도 내놓을 수 있다. 계속해서 한국이라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자세한 숫자와 자료가 쌓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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