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빠지자 97그룹 탄력..野 세대교체론 다시 불붙나(종합)
친문 '이재명 압박용' 불출마했지만..李, 당권 강행 '무게'
김민석·설훈, 출마 채비 속 비이재명계 단일화 시나리오도.."고문들 李 출마반대"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정수연 정윤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이재명이냐 비(非) 이재명이냐'의 싸움으로 압축되는 가운데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여전히 이재명 상임고문이 판세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97그룹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론이 재점화한다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친문(친문재인) 그룹 인사들을 필두로 당내 중진급 인사들이 연이어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만들어졌다.
친문 유력 주자였던 전해철(3선)·홍영표(4선)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가운데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대표주자 이인영(4선) 의원은 물론 이재명계 우원식(4선) 의원도 불출마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전대 출마를 선언했던 정청래 의원도 그간 친이재명 행보를 보여온 만큼 막판에는 출마를 접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판도변화 속에 최근 잦아든 듯했던 '97 재선그룹'의 세대교체론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양강 양박'으로 불리는 강병원 강훈식 박주민 박용진 의원은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에 무게를 두고 고민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전재수 의원이나 김해영 전 의원 등 '젊은 피'의 도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강병원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젊은 리더십으로 당의 통합과 혁신을 이끌겠다"면서 97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전대 출마를 공식화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대에 나가기로 어제 최종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박주민 의원의 경우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대 출마와 관련해)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가든 부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세대교체론과 함께 주목을 받았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이들이 다시 기지개를 켠 데에는 4선 중진인 이인영 의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전날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과 함께 조찬 모임을 하고, 이들에게 8·28 전대 출마를 '독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앞서 이 의원은 전재수 의원과도 따로 만나 "세대교체론이 힘이 빠지는 형국이니 어떻게든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으로 전대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전 위원장은 전날 옛 비대위 멤버들과 저녁 자리를 가졌으나 일찍 자리를 떳으며 여기서는 전대 관련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편 당내 다수파인 친문계로선 구심점을 잃은 터라 이 고문에 맞설 대항마를 찾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됐다. '이재명 압박용'으로 던진 전해철·홍영표 의원의 불출마 카드가 결국 무위로 돌아갈 것으로 보여서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나머지 중진급 인사로는 범친문에 묶이는 설훈(5선) 의원과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약한 김민석(3선) 의원 정도다.
김민석 의원은 지난 26일 "당과 국가를 위한 사명감으로 전당대회에서 제 소임의 깃발을 준비하겠다"며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3선) 의원도 당초 전대 출마를 고려했으나 뜻을 접었다고 한다.
비이재명계에서는 이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주자들을 중심으로 세를 규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설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고문이)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정대철, 문희상 상임고문 등 당 원로 5분을 만났는데, 이 가운데 네 분이 출마를 하지 말라고 권유했다고 알고 있다"면서 이 고문을 견제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는 "종내에는 이 고문을 제외한 모든 후보가 단일대오를 이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민석 의원도 라디오에서 "이재명 의원은 민주당의 BTS다. 그런데 BTS가 잠시 멈추면서 숙성의 시간을 갖는다는 화두를 던지지 않았느냐"며 이 고문의 불출마를 에둘러 압박했다.
당권주자 라인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이 고문이 출마할 경우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가 여전히 우세하다.
원내 고위 관계자는 "이 고문이라는 골리앗이 출마한다면 인물 대결은 의미가 없다"며 "이재명 체제에 대한 전망만 남은 것 아니냐"고 했다.
최근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물론 당 상임고문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사실상 출마 채비 중인 이 고문의 최종 결단은 후보 등록 시점인 내달 중순께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계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전당대회 룰이 확정되면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결단이 임박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는 빨리 전대 판에 끌어내 네거티브를 하려는 반대쪽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이 고문을 만났는데 출마 의지가 여전하더라"며 "친문 중진들이 불출마한다고 해서 그게 이 고문에게 실질적 압박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고문 측에서는 '97 기수론'이 다시 탄력을 받는 데 대한 견제 심리도 엿보였다.
이재명계 한 의원은 "강병원 의원은 실은 친문의 대리인 아니냐. 이게 세대교체론이 맞냐"고 반문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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