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본령은 인권보호인데..'찬밥 신세' 인권보호관

이보라 기자 2022. 6. 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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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한수빈 기자

검찰의 인권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보직인 인권보호관(전 인권감독관)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보직을 좌천성 인사 코스로 활용해온 데다 수사·기소에 관여하기 어려운 직책인 탓에 검사들 사이에서 기피 풍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보호관은 인권 관련 제도 개선, 인권 개선에 필요한 조사, 인권교육, 심야조사의 허가와 시정 등 인권보호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8월 검찰의 인권보호 기능을 강화한다며 신설했다. 일선 검찰청의 경우 고검검사급 검사(부장·차장검사)가 주로 인권보호관에 보임됐다.

인권보호관이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활용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인권보호관은 비수사 보직인데, 문재인 정부 때 정권과 관련한 수사를 하거나 정권과 가깝지 않은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기 위해 인권보호관에 인사를 냈다는 평가가 많았다. 퇴직을 앞둔 검사들이 주로 가던 자리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검사들의 ‘유배지’로 활용한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권보호관을 거친 검사들은 이후 인사에서 일선 고검 검사 등 한직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같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8일 단행된 중간간부급 검사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34명 중 11명이 인권보호관 혹은 인권보호부장으로 전보됐다. ‘친문재인’ 검사로 분류된 이성윤·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보좌했던 이들이다.

최정규 변호사는 29일 “논란이 있거나 정부와 친하지 않은 검사들을 인권보호관으로 보낸 것을 보면 정부와 검찰이 인권보호관 자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보직을 차지하지 못한 검사들이 인권보호관이나 고검 검사로 밀려난 것으로 다들 본다”며 “자리가 없으니 나가라는 신호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인권보호관을 한직처럼 취급해서는 본연의 인권보호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도리어 검찰 내부에 인권보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오는 9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라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가 분리되면서 인권보호관의 역할이 앞으로 중요해질 수 있다”며 “인권보호관을 지냈던 검사들이 앞으로 어떤 보직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인권보호관에 대한 내부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는 권력 행사 주체이기에 권한이 없는 인권보호관 발령을 좌천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인권보호관을 없애고 검찰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는 게 인권침해 감독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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