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잠그고 이중샴푸 벌금..최악 가뭄 겪는 이탈리아 물절약 안간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가 일부 도시들의 분수 가동을 중단하고 미용실에서 이중샴푸를 금지하는 등 물단속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이탈리아 북부 최대 도시인 밀라노가 가뭄과 싸우며 공공 분수를 잠그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지난주 시내 100여개의 공공분수 중 식수용을 제외한 절반가량의 분수대 가동을 중단하는 조례에 서명했다. 지난 24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가 이른 불볕더위와 몇 달간 지속한 가뭄으로 인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따른 조치다. 주 당국은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물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살라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통해 집, 개인 정원, 테라스 및 안뜰을 청소할 때에도 물 사용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당부했다.
밀라노시는 이와 함께 상점들이 온도 조절기를 26도 미만으로 낮출 수 없도록 단속하고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문을 닫고 영업할 것을 촉구했다.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이번 주말 일부 지역 기온이 40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뭄이 심각해지며 고객의 머리를 두 번 감기는 미용사에 고액의 과태료를 물리는 지침도 등장했다.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 인근의 소도시 카스테나소는 미용실과 이발소에서 ‘이중 머리 감기’를 할 경우 최대 500유로(약 7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카를로 구벨리니 카스테나소 시장은 지난 25일 가뭄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미용실과 이발소에서 ‘이중 머리감기’로 매일 수천 리터의 물이 허비된다며 이 같은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의 효력은 9월까지 이어진다.
시 당국이 내놓은 핸드북에 따르면 수도를 계속 틀어 놓으면 1분당 13리터의 물이, 누군가의 머리에 두번 헹구는 데는 최소 20리터의 물이 소비된다.
카스테나소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부 제품의 경우 1번 헹구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손님의 머리카락 유형과 청결 상태에 따라 이중 샴푸가 필요한 때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구벨리니 시장은 “(카스테나소가 속해 있는)에밀리아-로마냐 주의 경작지에 필요한 저수량이 오는 29일분까지만 확보돼 있다”며 “7월부터는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은 지난 겨울부터 비와 눈이 거의 오지 않으며 물 부족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 최대 곡창지대인 롬바르디아 평야에 물을 대는 포강의 수량이 평소보다 최대 80% 줄면서 농업용수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부 피렌체를 관통하는 아르노강과 로마와 연결된 테베레·아니에네강도 연중 이맘때 평균 수량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며 가뭄으로 인한 피해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들썩이고 있는 현지 식량 가격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탈리아농민연맹(Coldiretti)은 이번 가뭄으로 현재까지 30억 유로(약 4조 원) 이상의 피해액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이탈리아 농업생산자 연합인 코파그리(Copagri)는 계절 수확 작물의 30~40% 정도가 손실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약 없는 가뭄 해갈에 종교계도 나섰다. 마리오 델피니 밀라노 대주교는 지난 주말부터 밀라노 외곽에 있는 교회를 잇달아 방문하며 ‘비의 선물’을 기원하는 기도회 열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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