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진실규명위원회 "마약과의 전쟁이 콜롬비아 갈등과 폭력 지속시켜"..3년6개월 만에 최종 보고서 발표
콜롬비아 내전 과정에서 저질러진 범죄를 조사해온 콜롬비아 진실규명위원회가 28일(현지시간) 마약과의 전쟁이 갈등을 장기화하는 원인이 됐다며 정부에 단속 위주의 마약 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엘티엠포 등 현지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진실규명위원회는 이날 오전 수도 보고타의 호르헤 엘리세 가이탄 극장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콜롬비아 정부와 최대 좌익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은 2016년 평화협상을 체결하면서 1964년 이후 50여년간의 내전 과정에 저질러진 범죄를 조사하기 위한 ‘진실규명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엘티엠포에 따르면, 2019년 출범한 진실규명위원회는 3년6개월 동안 2만7000명을 인터뷰하고 2만3000시간이 넘는 조사 작업을 진행했다. 진실규명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농부, 원주민, 성소수자, 기업인, 교사, 군인, 전직 게릴라, 우익 민병대, 마약상, 학자, 전직 대통령 등 광범위한 계층의 진술을 청취해 최종 보고서를 완성했다.
보고서는 콜롬비아와 미국이 수행해온 마약과의 전쟁이 마약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면서 “마약 및 마약 밀수와의 전쟁은 콜롬비아의 갈등과 폭력을 지속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카인 제조에 사용되는 코카 등 불법 작물 재배를 차단하는 정책 대신 ‘합법적 규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콜롬비아는 미국으로부터 마약과의 전쟁 및 반군 진압 명목으로 130억달러(약 16조원)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코카인 제조에 사용되는 코카 재배량은 2012년 이후 그 이전에 비해 세 배로 증가했다. 1980년대 이후 좌익 게릴라와 우익 민병대 모두 마약 거래를 통해 자금을 확보했고, 코카 재배를 위한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무력 충돌을 불사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살인, 납치, 성폭력 등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됐다. 다만 보고서는 마약 비범죄화와 ‘합법적 규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향은 제시하지 않았다.
진실규명위원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내전 기간 동안 45만666명이 사망하고 12만1768명이 실종됐으며 5만770명이 납치됐고 800만명이 고향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사망자 숫자는 콜롬비아 정부가 2018년 밝힌 26만명의 약 두 배에 이른다.
보고서에는 콜롬비아 군대와 경찰 조직에 대한 전면 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방부가 경찰을 통제하는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고 시위 진압병력을 전면 개혁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보고서는 또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고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전체 10개의 장으로 작성된 최종 보고서의 첫 2개장에 해당한다. 진실규명위원회는 앞으로 몇 주에 걸쳐 보고서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오는 8월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정권 출범을 앞두고 발표됐다. 보고서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평화협정 이행과 개혁을 내세운 좌익 반군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진실규명위원회 권고를 대부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 기간 중 마리화나 등 연성 마약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페트로 당선자가 진실규명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마약에 대한 ‘합법적 규제’를 추진한다면, 마약과의 전쟁에서 오래 협력해온 미국의 강한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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