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초등생 일가족 숨진채 발견..수사 본격화(종합2보)

변재훈 2022. 6. 2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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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바다 빠진 차량서 발견된 3명, 실종가족 잠정확인
'제주 체험학습' 떠난다며 완도로…늦은 신고로 수색 난항
극단적 선택 정황도…차량 해상 추락 경위·사인 규명 집중

[완도=뉴시스] 류형근 기자 = 조유나양과 부모가 탑승했던 승용차량이 한달여만에 바다에서 발견된 29일 오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에서 경찰 등이 차량 인양작업을 하고있다. 2022.06.29. hgryu77@newsis.com


[완도·광주=뉴시스] 신대희 변재훈 이영주 김혜인 기자 = '제주도 살기' 교외 체험 학습을 떠나겠다며 집을 나선 뒤 한 달째 실종됐던 초등학교 5학년 조유나(10)양 일가족 3명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가족이 집에서 나와 제주가 아닌 전남 완도로 향한 지 38일째 발견됐다. 체험 기간이 끝나도 조양이 잇단 결석을 하자 그제서야 신고가 접수돼 '수색 골든 타임'을 놓쳤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일가족이 발견된 차량이 바다에 빠지게 된 경위와 사인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은다.

바닷속 인양 차량서 일가족 숨진 채 발견

29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후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앞바다에서 인양한 아우디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3명을 조양과 아버지 조모(36)씨, 어머니 이모(35)씨로 잠정 확인했다.

차량에서 발견된 유류품, 옷차림 대조, 차량 동선 등을 토대로 사망자 3명의 신원을 조양 가족이라고 본 것이다.

지문 등 유전자 정보(DNA) 대조를 통한 신원 파악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실종 신고 접수 일주일째인 전날 오후 5시 12분 송곡항 앞 양식장 바닷속 펄에 묻힌 아버지 조씨의 은색 아우디 승용차를 발견했다.

조양 가족은 지난달 23일 광주 자택을 나선 직후부터 지난달 30일 밤 완도군 신지면 한 펜션을 빠져나올 때까지 해당 차량을 이용했다.

경찰은 조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송곡항 주변 일대를 수색해왔고, 이날 차량을 인양해 숨진 조양 일가족을 찾았다.

조양 가족이 집을 나선 지 38일째, 완도 신지면 일대에서 행적이 끊긴 지 30일째다.

[완도=뉴시스] 류형근 기자 = 조유나양과 부모가 탑승했던 승용차량이 한달여만에 바다에서 발견돼 인양된 가운데 29일 오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에서 경찰 등이 차량내부 감식을 하고 있다. 2022.06.29. hgryu77@newsis.com

'제주도 살기' 체험 신청하고 완도로

앞서 지난달 17일 조양 어머니 이씨는 딸이 다니는 학교에 '제주도 한 달 살이(5월 19일~6월 15일)' 교외 체험 학습을 신청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제주가 아닌 완도 신지면 한 펜션에 6박 일정(5월 24~28일·29일~31일)으로 예약, 숙박비까지 냈다. 이후 조양 가족은 지난달 23일 조씨의 승용차를 타고 완도로 향했다.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가족은 예약한 펜션에서 묵었다.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는 예약이 차 있어 다른 숙소에서 지냈다. 이후 지난달 29일 오후 2시께 같은 펜션으로 돌아와 투숙했다.

조양 가족은 퇴실 예정일 하루 전인 30일 밤부터 분리 수거를 하고 짐을 차에 미리 싣는 등 떠날 준비를 했다.

조양 가족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조씨가 몬 차량을 타고 펜션을 빠져나갔다. 펜션을 나설 당시 조양은 축 늘어진 모양새로 어머니의 등에 업혀 이동했다.

이후 지난달 31일 오전 0시 40분 이후 송곡항 일대에서 일가족 휴대전화의 기지국 송수신 신호가 차례로 끊겼다.

[서울=뉴시스]조유나 양이 어머니 등에 업혀 지난달 30일 밤 11시 펜션에서 나오는 모습. 오른쪽은 조양의 아버지. YTN 보도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교외 체험 끝날 때까지 몰랐다…제때 놓친 수색

조양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예정된 교외 학습이 끝난 이튿날인 이달 16일부터 조양이 등교하지 않자, 동 행정복지센터와 함께 가정을 찾고 부모에게 연락했다. 가족과 거듭 연락이 닿지 않자 이달 22일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가족의 행방이 묘연한 시점(5월 30~31일)로부터 학교 측의 실종 신고까지 3주 이상 걸린 셈이다. 교외 학습 기간 중에는 학교가 학생의 소재·안전 등을 파악할 제도적 근거가 없었던 탓이다.

뒤늦은 신고로 경찰 수사는 난항에 직면했다. 이미 20여 일 전 자취를 감춘 일가족 3명이 집을 나선 직후 일주일 간의 행적을 뒤쫓아가야 했다. 이마저도 CCTV 영상이 보존 기한 만료로 동선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교육부는 '조양 실종 사건 관련 학생 관리 방안'을 논의, 연속 5일 이상 체험 학습을 신청할 때 주 1차례 이상 담임 교사가 학생 안전을 확인하도록 권고키로 했다.

[완도=뉴시스] 류형근 기자 = 한달째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초등학생 조유나양과 부모가 탑승했던 승용차량이 바다에서 발견돼 인양 작업이 진행되는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입구에 조양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06.29. hgryu77@newsis.com

'극단적 선택?' 다각도로 사망 경위 규명

경찰은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차량이 바다에 빠진 원인을 규명한다.

경찰은 조씨 부부가 지난달 초부터 실종 직전까지 '수면제' '극단적 선택 방법' '가상 자산(루나 코인)' 등을 인터넷에 검색한 점 등을 확인했다.

특히 조씨가 '완도 방파제 수심' '방파제 차량 추락' '익사 고통' '물때표' 등을 검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묵던 펜션에서 급히 빠져나오면서 조양을 업고 나왔고, 당시 조양이 축 늘어져 있던 점 등도 극단적인 선택 가능성을 추론할 정황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조씨가 가상 화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주변인 진술, 카드 빚만 1억여 원에 달하는 점,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인양한 차량에서는 제3자의 외력에 의한 고의 파손 또는 입수 직후 차량에서 빠져 나오려는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밀 부검을 통해 가족의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또 인양 직후 차량 변속 기어 장치가 주차 모드(P)에 놓여 있던 점 등을 토대로 차량 정밀 감정을 의뢰해 고장·단순 교통사고, 고의성 사고 여부 등도 들여다본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에서 저장 장치(SD메모리카드)를 확보, 영상 복원 등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조씨 일가족의 통신·금융·의료보험 내역 등도 분석해 실종·사망 경위를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철저한 조사로 사인과 실종 동기, 사고 원인 등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완도=뉴시스] 류형근 기자 = 조유나양과 부모가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승용차량이 한달여만에 바다에서 발견돼 인양된 가운데 29일 오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으로 옮겨지고 있다. 2022.06.29. hgryu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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