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비 1300만원 주고 추천종목 샀다가 넉달만에 8천만원 날려 [리딩방 폭락장에 활개 (中)]

김태일 2022. 6. 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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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울리는 리딩방
'고수익 보장' 믿고 가입했다
눈덩이 손실 입은 투자자 급증
유사투자자문업체 수천곳
SNS 대량 문자 살포로 유인
금감원 "현재 암행점검 실시
관리·감독 법적 발판 마련돼야"
가입비 1300만원 주고 추천종목
"지금 마이너스인데, 추매(추가 매수) 들어가도 되나요?" "네 마음껏 담으셔도 됩니다."

주식 종목 추천 사설업체 가입 후 막대한 손실을 입은 30대 김모씨가 해당 업체 A팀장과 나눈 대화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이 업체에 계약금 500만원, 일회성 종목 추천비 800만원 등 총 1300만원을 지불하고 B종목에 거금을 투자했다. 최소 80% 수익률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믿었다. 하지만 주가가 급락하더니 3거래일 만에 1000만원이 증발했다. 함께 추천받은 C종목 주가는 1주일 새 27%가 떨어졌다.

■손실에 해지절차도 까다로워

김씨는 29일 "추천종목들 주가가 반짝 오름세를 보이다 2~3거래일 만에 급락했다"며 "손실을 입은 이후에도 계속 자신들의 의견을 따라야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종목 제공에 따른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김씨에 따르면 A팀장은 '개인 물량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손실이 나올 수 있다. 곧 주가부양팀이 진입하니 홀딩(보유)해 달라'는 등의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발언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 4개월 만에 평균 손실률은 30%를 가리켰다. 이후 쏟아부은 투자금 손실까지 합치면 총 8000만원이 사라졌다. 가입 때와 달리 해지 절차는 매우 까다로웠다. 가입비 1300만원 중 위약금을 제한 200만원만 돌려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그마저 향후 항의를 못할 우려에 받지 못했다.

가상화폐 리딩방에서 8000만원가량을 손해본 40대 D씨는 지난해 11월 수십%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광고한 코인 매수·매도 사이트에 가입했다. 업체가 운영하는 리딩방 '방장'이 신호를 주면 2분마다 매매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진행됐다.

당초 수익 발생 시 원금에 얹어 출금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막상 인출을 요구하자 세금과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더니 결국 리딩방에서 강제 퇴출됐고 사이트는 폐쇄됐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SNS를 타고 리딩방 유인기법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어 더욱 유의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이나 당국 단속에 한계가 있고, 처벌이 즉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보니 리딩방 증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꺾이지 않는 유사투자자문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지난 1·4분기(1월 3일~3월 31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사례는 1247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508건)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2020년(641건) 대비로는 2배 가까이 늘었다. 청구 이유로는 계약해제·해지 및 위약금(843건·67.9%)이 가장 많았다. 부당행위(156건·12.6%), 계약불이행(120건·9.6%), 청약철회(117건·9.4%), AS불만(2건·0.2%), 품질(2건·0.2%), 기타(1건·0.1%)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만 18~6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17일~3월 2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불법 유사투자자문업(24.5%)이 금융사기 유형 1위에 올랐다. 노출 경로로는 '문자·카카오톡(70.4%)'이 압도적이었다. 그럼에도 금감원에 따르면 신고업자 수는 유사투자자문업이 도입된 1997년 54개로 시작해 지난 2020년(2122개)까지 줄곧 늘었다. 신고제 특성상 진입문턱이 낮고, 최소한의 영업규제만 적용받는 탓이다.

금융당국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진 않다. 금융위·금감원,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5월 유사투자자문업자 관리·감독 강화방안을 수립해 제도개편을 진행 중이고 온라인 방송플랫폼에 대한 특별점검에도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한국거래소, 금투협과 공조해 일제·암행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다만 진입·영업·퇴출 전 단계 관리·감독이 이뤄질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발판이 마련돼야 적극적인 감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입 전 중도해지 환급기준 등 계약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증빙자료를 남겨 추후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며 "폐업 등 서비스 불이행, 환급 거부·지연 등을 감안해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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