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재고 46%·타깃 43% 급증..캐시우드 "美 이미 경기침체 빠졌다"
소매 이어 제조업까지 고물가 탓 소비둔화 직격탄
'6개월 후 시장 악화' 소비자 기대지수 10년來 최저
기업마다 이익률 낮추고 신규주문 취소·할인행사 사활
미국 자동차 제조 업체 포드는 올 1분기 매출액이 8% 감소하는 사이 재고는 21%나 급증한 146억 달러를 기록했다. 25년 만에 최대 규모다. 공급망 붕괴로 조립에 차질을 빚은 차량이 5만 3000대에 달하면서 완성차 재고는 36%나 급증했다. 문제는 이렇게 쌓인 재고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기업과 경제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28일(이하 현지 시간) 미 경제 매체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와중에 “재고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미국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인플레發 '과잉 재고'···글로벌경제 새 뇌관]
누적된 기업 재고가 경기 침체의 요인으로 집중 조명되는 것은 최근의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공급망 혼란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 완화에 따른 수요 급증에 대응해 재고를 쌓아뒀던 기업들이 갑작스러운 소비 위축에 직면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재고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감산에 돌입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기업 활동 위축은 결국 경기 침체를 심화하는 요인이 된다.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듯 미국 경제 조사 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이날 6월 미국 소비자기대지수가 66.4로 2013년 3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6개월 후 노동시장, 소득, 사업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측정하는 지표로,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경기를 낙관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날 발표된 수치는 미국의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기대심리가 최근 10년 내 가장 비관적인 수준으로 얼어붙었음을 뜻한다. 현재 미국 상황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신뢰지수도 6월 98.7로 5월보다 4.5포인트 하락했다.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관론은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와 맞물려 소비 냉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코노믹아웃룩그룹의 버나드 바우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소비자신뢰지수와 기대지수가 동반 하락하면 대개 소비도 함께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달 소매 판매는 4월보다 0.3% 줄어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더해 한동안 가파른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인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발표된 콘퍼런스보드의 12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8%로 1987년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 소매 업체들은 이미 재고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완화로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재고를 늘렸지만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며 소비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미국 2위 유통사인 타깃이 지난달 2분기 영업이익률을 5.3%로 예측했다가 3주 만인 이달 7일 2%로 낮춰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타깃은 올 1분기 재고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43%나 증가한 탓에 재고 조정을 위해 이익률을 하향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규 주문을 취소하고 할인 판매를 해서라도 재고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아마존과 월마트·홈디포 등 다른 소매 업체들도 1분기 매출이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반면 재고는 각각 46%, 32%, 31% 늘었다.
이 같은 과잉 재고 리스크는 전 세계 제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 세계 상장 제조사들의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의 기간을 뜻하는 ‘재고 회전 일수’는 81.1일로 지난해 4분기보다 3.6일 늘었다. 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회전일수가 급격히 늘어난 2020년 1~3분기를 제외하면 지난 10년 내 최장 기간이다. 12개 제조업종 모두 재고자산이 불어난 가운데 특히 전기·자동차·기계 등 3개 업종의 증가액이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최근 S&P글로벌이 발표한 미국의 6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51.2에 그쳐 기준선인 50에 바짝 다가섰다는 점도 경기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PMI는 50을 기준점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다만 미국의 경우 고용 시장이 탄탄한 만큼 소비자신뢰 및 기대지수 후퇴가 바로 소비 급감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암허스트피어폰트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자리를 바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낮은 경기 신뢰 수준이 소비지출을 크게 끌어내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올해 성장은 지난해보다 둔화되겠지만 이것이 경기 침체는 아니다”라며 7월 회의에서 0.5~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이어갈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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