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규제혁신, 제대로 추진하려면
새 정부는 초기부터 규제혁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규제혁신의 목표는 ‘민간의 자유와 창의가 최대한 발현되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조성하고, 정부에 의한 개입은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추진전략으로 ‘덩어리 규제의 전략적 개선’과 ‘민간 주도 현장 규제애로 해소’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개선해 ‘규제 샌드박스 플러스’를 추진하고,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며, 규제혁신 행정을 디지털화하고,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한다.
규제란 정부가 그 기능을 수행하는 데 사용하는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해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규제라 할 수 있다. 규제 외의 정책수단으로는 재정지출, 조세, 정책금융 등 매우 많다. 이런 수단이 없다면 정부는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규제가 특별히 ‘개혁’이나 ‘혁신’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것이 낳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초 좋은 의도로 도입되었지만 상황이 변하면서 유용성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고 부작용이 커졌을 수도 있다.
예컨대 노동시장 규제를 살펴보면, 그 목적은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시장수요가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경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과거에는 실업보험이나 직업훈련 등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으나 지금은 이러한 제도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규제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분석하고 비교하여 규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30여년 전부터 모든 정부가 규제개혁을 추진해왔다. 그중 가장 돋보였던 것은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규제 반으로 줄이기’ 정책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규제수준은 대폭 낮아질 수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5년 주기로 상품시장규제(product market regulation index)를 계산하여 발표하는데, 0은 규제가 없은 상황, 6은 규제가 가장 많은 상황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상품시장규제지수는 1998년 2.56을 보였으나 2003년에는 1.95로 대폭 낮아졌다.
그 이후에도 조금씩 낮아지기는 했으나 이때만큼 큰 폭으로 낮아지지는 았았다. 그 결과 2018년에는 36개국 중 33위를 차지해 규제가 매우 많은 편에 속했다. 우리나라의 규제지수(1.71)는 영국(0.78), 독일(1.08), 스웨덴(1.11), 이탈리아(1.32), 칠레(1.41), 일본(1.44), 프랑스(1.57) 등 대부분의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규제는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저해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나고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 규제로 인해 이러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빅 데이터(big data)의 예를 들자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로 인해 빅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이 싹을 틔우지 못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제조업 육성정책을 통해 빠른 근대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 분야에서 첨단 수준을 달성해야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규제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규제의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확히 어떤 이득과 비용을 초래하는지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고, 국민 각자의 가치판단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다르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기존 규제체계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규제개혁에 당연히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규제혁신을 위해서는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들이 서로 믿고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새 정부가 많은 분야서 성과를 얻기를 간절히 바란다.
Copyright © 정책브리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