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게도 부모급여 줘야 하나".. 도입 놓고 갑론을박
출산율 하락에 저출산정책 강화 드라이브
일각 중복지원·예산마련 여전히 의문 제기
미혼주의자인 벤처기업 대표 강모씨. 그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도입을 결정한 부모급여에 대해 “세금 내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나 역시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소득에 따른 차등 지급이 아닌 일괄적인 부모급여는 문제가 있다”며 “과거 무상급식과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독신 가구가 늘고 있는데 독신 가구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없다는 게 문제”라고도 말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국가경쟁력 손실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정부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현금을 주는 부모급여를 전격 도입하고 육아휴직을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리는 등 저출산 정책 강화 정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부모급여의 재원마련과 명분을 놓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소득과 무관하게 아이를 낳기만 하면 무조건 현금을 주는 부모급여를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당시 인수위 관계자는 현금성 지원에 대해 재정 낭비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이미 존재하는 지원 방안들과 중복되는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모급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인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이를 갖게 하려면 국가와 개인, 가족의 많은 협조가 필요하다. 100만원의 부모급여는 그중 하나”라고 했다. 재원마련에 대해서도 매년 출생하는 아이 수가 26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연간 1200만 원 정도를 지원하는 것은 재정 부담이 크지 않다고 자신했다. 윤 당선인의 계산대로라면 매년 3조1000억여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5만7300명이 자연적으로 감소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가리키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체감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1~2020년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이 연평균 0.9%씩 올라, 미국(0.08%)과 일본(0.32%)보다 각각 11.3배, 2.8배 ‘빠르게 늙었다’고 분석했다. 추세대로라면 2026년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44.9세로 미국과 일본을 앞서게 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부모급여와 육아휴직 기간 확대는 여야와 정부 등 정책 관계자들의 공감하는 저출산의 해결책”이라며 “지속가능한 재원만 확보된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복지원과 예산마련에 대해서 여전히 의문을 제기한다. 이미 12개월 미만 영아를 키우는 가정에는 월 20만원의 양육 수당을 비롯해 아동 수당, 영아 수당 등이 지급되고 있다.
부모의 급여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논쟁도 불가피해 보인다. 과거 무상급식 도입 당시 보편적 복지의 기준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바 있다. 한해 2조가 필요한 무상급식에 대해 ‘부자 부모를 둔 아이들까지 무상급식을 해줘야 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부자 부모들에게까지 부모급여를 줘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선별적으로 정말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부모에게 혜택을 줘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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