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게도 부모급여 줘야 하나".. 도입 놓고 갑론을박

김건호 2022. 6.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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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모급여 2023년부터 도입할 계획
출산율 하락에 저출산정책 강화 드라이브
일각 중복지원·예산마련 여전히 의문 제기
사진=연합뉴스
“한 달에 100만원이라뇨. 세금은 똑같이 내는데 너무한 거 아닌가요?”

미혼주의자인 벤처기업 대표 강모씨. 그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도입을 결정한 부모급여에 대해 “세금 내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나 역시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소득에 따른 차등 지급이 아닌 일괄적인 부모급여는 문제가 있다”며 “과거 무상급식과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독신 가구가 늘고 있는데 독신 가구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없다는 게 문제”라고도 말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국가경쟁력 손실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정부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현금을 주는 부모급여를 전격 도입하고 육아휴직을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리는 등 저출산 정책 강화 정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부모급여의 재원마련과 명분을 놓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소득과 무관하게 아이를 낳기만 하면 무조건 현금을 주는 부모급여를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도 이런 부모급여 도입을 포함, 다양한 현금성 복지정책 추진 계획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내년에 만 0세인 아동의 부모에게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의 부모에 대해서는 35만원을 지급한다. 2024년에는 이 금액이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으로 늘어난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주요 내용' 상세브리핑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110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월 100만원 부모급여 지급을 추진해왔다. 부모급여는 0~12개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월 100만원씩 1년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 인수위 관계자는 현금성 지원에 대해 재정 낭비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이미 존재하는 지원 방안들과 중복되는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모급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인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이를 갖게 하려면 국가와 개인, 가족의 많은 협조가 필요하다. 100만원의 부모급여는 그중 하나”라고 했다. 재원마련에 대해서도 매년 출생하는 아이 수가 26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연간 1200만 원 정도를 지원하는 것은 재정 부담이 크지 않다고 자신했다. 윤 당선인의 계산대로라면 매년 3조1000억여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처럼 부모급여 등을 통해 저출산정책 강화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현상은 제조업 위기와도 직결된다.
서울 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저출산과 고령화 고착에 이어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라는 ‘3박자’가 국가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5만7300명이 자연적으로 감소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가리키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체감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1~2020년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이 연평균 0.9%씩 올라, 미국(0.08%)과 일본(0.32%)보다 각각 11.3배, 2.8배 ‘빠르게 늙었다’고 분석했다. 추세대로라면 2026년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44.9세로 미국과 일본을 앞서게 된다.

정부는 수당 지급과 함께, 육아휴직 기간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고 현재 10일인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연장 기간은 올해 안에 실태조사와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한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양육비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기준중위소득 52% 이하인 한부모가족에 월 20만원, 기준중위소득 52% 이상인 경우 월 10만원씩 지급하는데, 앞으로 지급 기준을 52%에서 63%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부모급여와 육아휴직 기간 확대는 여야와 정부 등 정책 관계자들의 공감하는 저출산의 해결책”이라며 “지속가능한 재원만 확보된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복지원과 예산마련에 대해서 여전히 의문을 제기한다. 이미 12개월 미만 영아를 키우는 가정에는 월 20만원의 양육 수당을 비롯해 아동 수당, 영아 수당 등이 지급되고 있다.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은 사실상 파기되며 정부가 한발 물러난 것처럼, 재원마련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특히 고물가로 세계 각국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고,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결혼을 꺼리는 청년층의 반발도 예상된다. 인구 감소는 결국 그만큼 아이를 낳지 않거나 결혼을 하지 않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뜻인데, “내 세금으로 왜 아이를 키우느냐”는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종국에는 인구 증가가 세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당장의 어려움에 대한 불만의 소리를 막기는 힘들다.  

부모의 급여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논쟁도 불가피해 보인다. 과거 무상급식 도입 당시 보편적 복지의 기준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바 있다. 한해 2조가 필요한 무상급식에 대해 ‘부자 부모를 둔 아이들까지 무상급식을 해줘야 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부자 부모들에게까지 부모급여를 줘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선별적으로 정말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부모에게 혜택을 줘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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