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경찰의 '우려'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던 여당 '경찰국 토론회'[현장에서]
국민의힘이 29일 정책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경찰행정지원부서 신설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서둘러 마련한 자리다. 국민의힘은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들과의 토론을 통한 충분한 의견 수렴과 폭넓은 논의의 자리”라고 했지만, 현장 경찰을 포함한 우려·반대 목소리는 없는 일방적인 정부 입장 옹호의 장이었다.
토론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은 참석자들과 취재진으로 이동이 어려울 만큼 성황이었다. 국민의힘 의원 20여명이 왔는데, 경찰 출신 의원 7명 중 5명(이만희·김석기·이철규·김용판·서범수)이 참석하는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성일종 정책위 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윤핵관’ 장제원 의원도 참석해 힘을 실었다. 토론회를 주관한 이만희 의원은 “간단한 간담회인데 많이들 왔네”라며 흡족한 모습이었다.
경찰국 신설로 내무부 치안본부가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행안부 내에 경찰 지휘·통제 조직이 생기는 데 대해 현장 경찰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찰의 독립성·중립성 침해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이러한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집권여당이 찬반 입장을 균형 있게 듣고 정부에 보완점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여론이 심상치 않자 반대 입장을 억누르고 정부 정책대로 몰고 가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의도가 뚜렷해 보였다.
우려 목소리는 “왜곡” “오해”로 치부됐다. “법대로 하자고 하는 것인데 왜곡해서는 안 된다”(성일종) “과거 권위주의 시절 치안본부 부활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송언석)고 했다. 경찰 출신 의원들도 경찰 후배들을 외면했다. 이들은 “토론회를 통해 잘못된 인식을 바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이만희) “주로 하위직으로 구성된 직장협의회(직협)가 경찰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김용판)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통제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전달된 것”(이철규)이라고 말했다.
당 외부 인사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경찰청 통제 기제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한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내용이 무엇인지 살피기 전에 경찰 장악 음모 아니냐는 야당의 프레임이 겹쳐서 경찰과 야당의 시너지가 생기고 있다”며 “경찰들이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 봤다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태규 변호사는 “당연한 걸 왜 당연한지 설명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이게 이렇게 난리를 칠 일인가”라고 조소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직협 뒤에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 뒤에 민주노총, 그 뒤에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해서 윤석열 정부와 정치투쟁하는 것”이라며 “직협 경찰관들이 준동해서 저렇게 움직이면 끝내 권력의 힘으로 경찰이 몰락할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100분가량 진행된 토론회는 좌장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기본 방향에 이견이 없는 것 같다”는 말로 종료됐다.
“토론자 가운데 경찰이 없어서 아쉽다”는 반응은 토론자로부터도 나왔다. 이에 이만희 의원은 “경찰청에도 토론회 내용을 말씀드리고 말할 기회를 드렸는데, 다음 기회에 함께 하겠다고 했다”며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경찰 출신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이만희 의원에게 ‘직협에서 소통하고 싶어하니 토론자와 참석 대상 확대를 검토해 달라’고 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경찰 없는 경찰토론회 개최 자체가 경찰 장악 (의도가 있다)”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 출신 의원들이 모두 치안감 이상 고위직을 지낸 점을 언급한 뒤 “이상민 장관 인식에 따르면 이전 정부들의 고위 경찰 간부는 청와대와 정치적 직거래를 했고 이것이 권고안의 배경이다. 자신들이 청와대와 직거래로 고위직에 올랐다고 인정하기에 행안부 장관에 보조를 맞춰주는 것이냐”고 직격했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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