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그냥 부딪쳐 보는 거죠"..윤계상을 바꾼 인생의 변곡점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살면서 인생의 큰 변곡점을 맞을 때가 있다. 결혼 같은 인륜지대사를 치르거나, 출산을 해서 한 생명의 부모가 되거나, 건강 이상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느꼈거나. 이런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지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일상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곤 한다.
배우 윤계상은 최근 3년 사이 그 인생의 큰 변곡점을 두 가지나 경험했다. 지난해 5세 연하의 뷰티 사업가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최근 행복한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그에 앞서 지난 2020년에는 뇌동맥류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으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무사히 회복하고 돌아왔다.
건강상의 이유로 1년 반 가량 강제 휴식기를 가졌던 그는 연기 복귀 후 쉼 없이 달렸다. 드라마 '크라임 퍼즐', 영화 '유체이탈자'에 이어 최근 공개한 디즈니+ 오리지널 '키스 식스 센스'까지, 연거푸 작품들을 대중에 공개했다. 특히 '키스 식스 센스'는 그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 더욱 반가웠다.
"제가 지금 행복하니까, 이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키스 식스 센스' 인터뷰로 마주한 윤계상은 이렇게 말하면서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장꾸' 웃음을 지었다. 유쾌한 작품에 임했던 들뜬 마음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난 3년간 겪은 인생 경험이 영향을 끼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본디 밝은 성격이 연륜의 여유로움 속에 더 짙어진 것인지. 윤계상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고,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과 감사의 의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룹 god 멤버로 데뷔해 '국민그룹'이라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배우로 전향해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던 윤계상이다. 이것만으로도 인생의 변곡점은 이미 수차례 지났는데, 그의 삶에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 때론 달콤하기도, 때론 쓰기도 했지만, 그 변수들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했다.
스스로를 '45살의 꼰대'라고 말하지만, 20년 전 god 시절처럼 여전히 장꾸 미소가 매력적인, 윤계상을 만났다.
▲ 오랜만에 로맨스 작품으로 돌아왔는데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제가 장르물만 쭉 해서 그런지, 멜로나 로맨스가 잘 안 들어오는 배우였어요. 그동안 무서운 이미지, 진지하지만 어두운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린 거 같아서, 저의 배우로서의 다른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좀 밝은 이미지로,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크라임퍼즐'을 찍을 때 회사 대표가 "달달한 작품이 있으니, 보면 좋을 거 같다"고 추천해 준 게 '키스 식스 센스'였어요. 처음 '키스 식스 센스' 대본을 봤을 땐, 30대 초반의 배우가 하면 딱 좋을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 나한테 섭외가 들어온 거 맞아?"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하길래 덥석 물었죠.(웃음)
▲ 무거운 연기를 많이 해서 그렇지, god 시절의 모습이나 '최고의 사랑', '굿와이프' 같은 작품에서 밝았던 연기를 좋아하는 대중도 많아요.
유튜브에서 제 정보를 찾아봤어요. 반응이 좋았던걸 살펴보니 '굿와이프' 때가 나오더라고요. 또 알고리즘을 보니 god 때의 윤계상이 나왔어요. 그때의 꾸밈없고 장난기 많은 모습이 좋다는 반응들을 봤어요. 그걸 다시 보여드린다면 어떨까 해서, '키스 식스 센스'에 그런 짱구 같은 모습들을 많이 녹이려 했어요. 그래서 극 중에 등장하는 상상신 같은 장면에서 대본에 쓰여 있지 않은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넣었어요.
▲ '키스 식스 센스'는 일반인보다 10배 이상의 오감 능력을 지닌 차민후(윤계상 분)와 키스를 하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홍예술(서지혜 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인데요. 로맨스, 판타지에 미스터리와 스릴러까지 더한 복합장르였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더 생각했어야 할 거 같아요.
요즘 작품이 다 그런 거 같아요. 사랑 이야기라고 해서 사랑 이야기만 다루지 않아요. 로코인데 갑자기 누가 죽거나, 갑자기 사이코패스가 나타나거나, 그런 식으로 모든 게 다 있죠. 제가 장르물을 선호하는 건, 내면적으로 뭔가 헤쳐나가고 모험심이 강한 역할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키스 식스 센스'는 누가 범인인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또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그런 게 재미있었어요. 요즘 드라마나 영화는, 하나만 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다양하게 넘나들면서 잘 풀어가야 하죠. 그러면서 보시는 분들이 '왜 갑자기?'라고 느끼지 않도록, 연기하는 사람이 빨리 받아들이고 연기할 줄 알아야 해요. 배우는 그런 준비들을 미리미리 해둬야 하고요. 준비를 안 하다가 그런 작품을 만나는 건 위험해요.
▲ 차민후 캐릭터는 남들과는 다르게 오감이 초능력처럼 발달한 인물이었어요. 그런 비현실적 캐릭터를 형상화시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요?
연기를 하다 보면 지문에 '첫눈에 반했다', '낯설지만 아는 사람인 거 같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들이 글로 쓰여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럼 배우는 '이걸 어떻게 보여줘야 하지?' 고민에 빠지죠. 예전에 영화 '소수의견'을 찍을 때 (유)해진이 형과 그런 대화를 장난스럽게 많이 나눴어요. 형이 "너, '설렘' 표현해봐" 해서 설레는 연기를 했더니 "아니야. '어우 설레' 대사로 하면 돼"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가장 빠르게 와닿는 표현이라면서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표현의 방식은 바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키스 식스 센스'에서 차민후가 잘 때 선글라스를 쓰고 헤드폰을 착용했던 건, 제 아이디어였어요. 오감이 지나치게 발달한 차민후가 그거 때문에 힘들다면, 헤드폰으로 귀를 막고, 선글라스로 앞을 안 보이게 하면 돼요. 그렇게 차민후를 표현하려 했어요. 숙제를 풀어가 듯, 그렇게 하나하나 고민하고 연기했어요.
▲ 홍예술이 차민후와 우연히 키스를 한 후, 홍예술이 차민후와 뜨거운 밤을 보내는 미래를 보며 이들의 로맨스가 시작되죠. 그러다 두 사람이 실제 연애를 하면서도 달달한 애정신이 계속 등장하고요. 서지혜 배우와의 로맨스 호흡은 어땠나요?
배우와 처음 합을 맞추면 당연히 서먹한 게 있는데, (서)지혜랑은 17년 전에 '형수님은 열아홉'이란 작품에서 남매 역할로 만난 적이 있어서 처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호흡이 좋았죠. 키스신은 저희한테 일종의 액션신이에요. 다 동선 합의를 봐야 하고, 앵글에 맞춰 움직여야 하죠. 대본에 '현관에서 키스하며 방으로 들어가는 예술과 민후'라고 쓰여 있는데, 그걸 어떤 식으로 설계할지는 저희가 정해야 해요. 감독님과 지혜와 같이 대화를 나누며 만들어 나갔어요. 제가 '비스티 보이즈' 같은 작품들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셋 중에서는 그나마 이런 신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가장 잘 알았어요.(웃음) 그래서 의견을 내고 동선을 짜며, 같이 재미있게 만들어보려 했어요.
▲ '키스 식스 센스'가 결혼 후 첫 작품이었는데요. 키스신과 베드신이 많은 로맨스 작품이라,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요? 결혼 이후에 달라진 게 있다면요?
'키스 식스 센스'의 출연을 결정한 게 혼인신고 전이었는데, 아내한테 물어보니 흔쾌히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괜찮다고 한 이후, 그다음 행보에서는 전혀 부담될 게 없었어요. 결혼한 후에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그냥 똑같아요. 아내가 생긴 거뿐이지, 맡은 바 잘하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아요.
▲ 2020년에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잖아요. 건강 이상을 겪은 후, 삶의 태도나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삶에 대한 태도가 더 진지해진 거 같아요. 작품을 많이 하고 싶고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냥 막 하고 싶어요. '고민하고 걱정하기보단, 그전에 시도를 먼저 해보자'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키스 식스 센스'도 하게 된 거 같아요. 예전 같았으면 '이게 나한테 맞을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텐데, 그러지 않고 그냥 부딪쳐 보는 거죠.
▲ 원래 1년에 한 작품 정도 했던 거 같은데, 최근에 작품을 쉬지 않고 하는 이유가 그거 군요.
계속, 더 많이 하고 싶어요. 꾸준히 멈추지 않고요. 이제 쉬는 날은 없을 거 같아요. 1년 반 정도 쉬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는데, 제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건 일할 때 같더라고요. 멈춰 있을 땐, 많이 공허하고 답답했어요.
▲ 예전 인터뷰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마음도 여전한가요?
그 마음도 똑같아요. 그래서 긍정적이고 밝은 느낌의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보며 웃을 수 있는 작품이요. 그런 작품을 꽤 오래 안 했더라고요. '키스 식스 센스'가 딱 그런 작품이라 생각했어요. 이 작품을 보고 많은 분들이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 영화 '범죄도시2'가 관객 1200만을 동원하며 크게 성공했어요. '범죄도시1'의 빌런 장첸으로 사랑받은 입장에서, 시즌2를 보는 마음이 남다를 거 같은데요?
'범죄도시2'는 지금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해요. 만든 분들이 진짜 부담감도 크고 고민도 많았을 텐데, 너무 잘 해냈죠. 정말 대단해요. 2편과 1편 때의 스태프가 같아요. 1편의 조감독님이 2편의 감독님이고요. (마)동석이 형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손석구 배우도 진짜 소름 돋게 잘했고, (최)귀화도 너무 잘하더라고요. 2편 촬영장에 한 번 놀러 간 적이 있어요. 현장에서 본 손석구 배우는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넣더라고요. 그때 이미 영화가 너무 잘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어요. 2편이 사랑받으며 지금 다시 1편을 봤다는 분들의 연락이 와요. 그런 반응도 저한테는 너무 감사한 일이죠.
▲ '범죄도시1'의 장첸과 '키스 식스 센스'의 차민후는 전혀 다른 캐릭터인데요. 배우로서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인가요?
전 '기억'을 해주시는 것만으로 진짜 감사한 거 같아요. 예전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계속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어요. 전 god로도 살아봤고, 배우로서도 살아봤잖아요? 예전에는 기존의 이미지를 지우고 싶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근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없어졌어요. 절 god로 기억하든, '장첸'으로 기억하든, 다 좋고 그저 감사해요. 그렇게 절 기억해줄 수 있는 것들이 계속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 윤계상을 기억할 새 이름들이 기대되는데요.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지금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행복하니까,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밝고, 웃음이 나고, 보면 힐링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사진제공=제네릭 포토, 디즈니+ '키스 식스 센스' 스틸컷]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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