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반중이 쌓이면 반한으로 돌아온다
尹 참석 외교·경제적 큰 성과 기대되지만
중국 고립 동조 메시지 주는 리스크 우려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다자외교 무대가 스페인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종식 50년 만에 되살아난 양대 진영의 냉전 국면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한국 대통령의 첫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지니는 함의는 매우 크다.
나토 정상회의는 우리에겐 자유진영 30개 회원국과 끈끈한 외교관계를 다질 수 있는 무한한 기회의 장이다. 우리 정부가 일찌감치 나토 정상회의를 북한 비핵화 공조와 더불어 무기·반도체 등 판로를 열어줄 세일즈 외교의 씨앗을 뿌릴 최적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해온 이유이다. 윤 대통령이 서울로 돌아오면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후 한층 단단해졌던 한미동맹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고, 아마도 원전 비즈니스 성과 등 '선물 보따리'도 반짝일 것이다. 북대서양국가들을 위해 존재하는 국제기구가 청한 초대에 주저 없이 응한 데 대한 미국의 그럴듯한 '성의'도 예상된다. 내달 19일 방한하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한미 통화스와프 복원을 의제로 가져오는 식으로 우리의 가려운 데를 긁어줄 '명분'도 마련된다는 얘기이다.
이 정도면 당선 전 "초등학생 수준 외교 실력을 갖고 있다(2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비판을 들어야 했던 윤 대통령이 기대를 넘어선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첫 해외순방을 '동맹 청구서'를 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2017년 7월 방미 정상회담)으로 치러야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비하면, 다자외교에 초점이 맞춰진 나토 정상회의로 데뷔한 윤 대통령의 어깨는 그만큼 무겁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검찰총장,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 등 묵은 고민을 풀어낼 적당한 시간도 벌어줬다. 나토 정상회의는 윤 대통령에겐 이래저래 가성비가 뛰어난 외교 데뷔전이라 할 만하겠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나토 정상회의 이후 우리는 국제사회 진영화의 덫에 발목을 잡힐 위험이 작지 않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무기 지원으로 맞서는 나토가 이번 회의에 한국은 물론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 정상들을 초청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구나 나토는 이 와중에 2032년까지 유효한 '전략 개념' 속에서 중국의 위협을 최초로 명시하며 '회원국들의 이해와 안보에 도전이 되는 국가'로 중국을 규정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세계의 전략적 포위 범위를 북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대폭 확장하면서, 중국마저 동시에 옥죄는 나토의 이중포석이 구체화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뚜렷해진 '친미원중' 기조가 우리의 안보와 경제 모두에 실보다 득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힘들다. 우리가 원하는 대북억제와 미국이 바라는 인태전략 동조·반도체 공급선 확보가 서로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다만 한미동맹 강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양분된 국제사회 진영 중 한 곳에 무게중심을 온전히 실을 경우 감당할 리스크는 무시할 수 없다. 나토의 새 전략 개념에 누구보다 서둘러 동의를 표하고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다(최상목 경제수석 28일 브리핑)"고 밝힌 우리 정부의 메시지가 혹여 중국이라는, 아직 닫히지 않은 기회의 영역을 제한하는 결과를 부를까 우려된다.
최장수 주중대사를 지낸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은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한미동맹 강화가 중국 고립화가 아님을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영화 가운데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걱정이다. 한중관계도 다른 국제관계와 마찬가지로 물러섬 없이 발전해야 할 관계 중 하나다. 우리의 의도와 다른 반중 기조가 전달돼 쌓이다 보면, 이는 언젠가는 반한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올해는 한중수교 30년이 되는 해다.
양홍주 디지털기획부문장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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