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통제" vs "영향력 행사"..여야, 경찰국 신설 놓고 여론전
野 "인사·예산 영향력 행사 목적..위법 소지 커"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최동현 기자,강수련 기자 = 여야는 29일 국회에서 나란히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하며 대국민 여론전을 펼쳤다.
여당의 토론회 주제는 '경찰의 민주적 운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찰행정지원부서 신설 정책토론회'다. 야당의 토론 주제는 '행안부 경찰국 설치, 무엇이 문제인가'다. 토론회 제목만큼이나 양측은 토론회를 통해 경찰국 신설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 與 "경찰국 신설, 법 지키고 민주적 경찰관리"
국민의힘 토론회에서는 경찰국 신설이 관련 법을 지키고 나아가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토론을 주최한 경찰 출신 이만희 의원은 "행안부에서 설치하고자 하는 지원국은 경찰을 직접 감독하거나 관리하려는 조직이 아니다"며 "경찰법을 비롯해 법상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보좌하기 위해 20명 내외로 주로 경찰관으로 구성되는 소규모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1991년도 경찰청 개청 이후 경찰인사나 주요 치안정책과 관련해 법에 정해진 시스템을 무시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직접 통제하고 관리해왔다"며 "새 정부(윤석열정부)는 경찰 기관을 직접 통제하려는 모든 요구를 내려놨다. 민정수석실과 치안비서관을 폐지했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경찰청 통제 기제의 필요성' 주제 발표에서 "경찰청장도 개별 사건에 대해 수사 개입을 못하는데 행안부 장관이 개별수사에 개입할 수 있겠느냐"며 야권의 독립성 문제제기를 일축했다.
홍 교수는 이어 "과거 정부는 탈법적, 불법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을 통제했다"며 "(그러나) 민정수석이 국회로 나오라면 나오는가. 국회 통제를 받는 게 원칙이지만,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행안부가 경찰을 통제하는 기관이었다면 이럴 수 없었을 것"이라며 "행안부 장관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문서로 남는다. 국회에서 나오라고 하면 나와서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민주적 통제가 강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행안부는 현행법 내에서 경찰국 신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찰 출신인 이철규 의원의 '(경찰의) 감찰권, 감사권, 예산편성권 등을 (행안부가) 가져갈 의향이 있느냐' 질문에 이용철 행안부 기획조정실장은 "전혀 없다"며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늘리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 野 "인사·예산 영향력 행사 목적…위법 소지 크다"
반면 민주당 토론에서는 경찰국 신설이 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이번 조치가 정부조직법과 경찰청법 위반이란 주장도 나왔다.
토론을 주최한 박주민 의원은 "행안부 추진안에 대해 정부조직법을 우회해 경찰을 통제, 위헌·위법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경찰 독립성·중립성을 높이기 위한 지난 과정을 모두 후퇴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창민 변호사는 "법 개정 없이 경찰국을 신설할 수 있다고 하는 행안부의 해석은 정부조직법 개정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행안부 장관은 치안사무에 관여할 수 없고, 경찰의 인사, 예산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의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는 정부조직법과 경찰법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박병욱 국립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도적·법률적으로 행안부에 경찰국 설치는 법적으로 가능하다"며 위법성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전했다.
다만 박 교수는 "행안부가 경찰국을 설치하면서 대통령의 관여를 받지 않고 정치권의 영향을 차단한다고 설명한 것은 역사적 맥락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손가락으로 하늘 가리는 행태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경찰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더욱 확대·강화됐는데 정부부처에서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한다면 국가권력이 한층 확대되는 것"이라며 "경찰에 대한 통제는 철저하게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경찰국 설치가 민주적 통제에 방점이 있다면 경찰권 분산, 자치경찰제 통한 분산 언급됐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며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만큼 (민주적 통제) 출발점에 자치경찰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강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연합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은 "국가경찰위원회, 자치경찰위원회, 경찰수사심의위원회, 경찰위원회에 대한 시민의 통제를 실질화해야 한다"며 "원점에서 다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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