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달렸는데 경기력 떨어지면 2살도 도축..'퇴역마의 삶'
'퇴역마복지지금 운용한다'던 한국마사회 과연 책임 다하고 있나?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와이어에 발이 걸려 촬영 나흘 만에 숨진 ‘까미’의 일로 촉발된 경주마에 대한 관심이 한국 경마사업 전반에 대한 동물착취 문제의식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주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러브레드 종의 평균 수명은 25년에서 길게는 35년인데, 한국 경주마 산업 구조 속 경주마의 평균 은퇴 연령은 짧게는 2세 길게는 4~5세다.
은퇴하는 이유와 나이는 갖가지이지만 중요한 기준은 경주마로서의 상품가치다.
인간들의 유희를 위해 ‘죽어라’ 달리는 것도 모자라 혹독한 훈련 속에서 평생을 사는데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경기성과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도축되는 게 한국 경주마의 생애다.
이와 관련, 동물자유연대는 국내 말 산업의 육성을 전담하는 한국마사회에 말 뿐이 아닌 실효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물자유연대는 국내 경마 산업 실태에 대해 “과잉 번식으로 인한 잉여 개체 관리가 부재하고, 퇴역 경주마의 복지 프로그램과 모니터링 시스템이 전무하다”며 “국내 경마산업이 건전한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선 동물 복지를 기반으로 한 경주마 생애 복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퇴역 경주마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물론, 경주마 도축에서 공존으로 관리 기조를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올해 1월 23일 경주마 학대 등 관리 부실 책임 논란이 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말 산업에서 말의 복지가 최우선 가치임을 인식하겠다”며 “말 복지 향상을 위해 연구와 제도 개선을 병행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방안과 성과로 △말 복지 표준화 매뉴얼 개발 △수의·보건분야의 말 보건복지위원회 설치 △전국 말 병원 운영 △경주 퇴역마 전담조직 신설 △경주 퇴역마 승용전환 모델 개발·보급 △경주 퇴역마 복지기금 조성 등을 열거했다.
반면 동물자유연대 측은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 보도자료를 통해 “김정현 대한재활승마협회 이사에 따르면 퇴역 경주마 중 한국마사회 승용조련프로그램 인증을 받은 말은 14마리에 불과하다. 2010년 은퇴한 경주마가 1만 7289마리임을 고려하면 전체 퇴역마 중 0.08%만이 (퇴역경주마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영국은 퇴역경주마의 수와 새로운 삶을 얻는 말의 수를 일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 중”이라며 과도한 말 사육을 하지 않는 것이 말 복지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2019년 영국 ‘일간 가디언’이 국제동물권리단체 ‘페타’가 확보한 제주도 도축장 학대사건(운영사 농협)영상을 보도해 국제적으로 망신당한 것을 꼬집으며 “(한국마사회는) 말이 벌어들인 상금의 3%를 퇴역마 관리자금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취지는 좋지만 재원마련 ‘현실화’는 요원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연락에서 “재원은 (상금이 큰) 대상경주 상금을 받으면 마주나 조교사 등 관계자들이 상금의 1%씩 내기로 협약을 맺고 있다. 또 시리즈 경주에선 상금의 10%를 협약에 의해 내고 있다”며 “관계자들이 소득을 일부 기부한 것이다. 이에 맞춰 마사회도 금액을 기부해 복지금액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2020년에는 막 시작하는 단계라 6천만 원이 모였으나 다음 해에는 마사회에서도 6000만 원을 기부해 다음 해에는 1억 5000만 원정도 되는 것”이라며 “일대일 매칭 식으로 마사회와 관계자가 반반씩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단, 그는 “기금은 최대한 많이 늘리는 방향으로 가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은 안 된다”며 “정부나 국회, 농림축산식품부가 앞장서 재원방법 마련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화빈 (hwa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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