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은 너무 많이 가진 사람..그래서 연기하기 어렵죠"
6번 햄릿 후 왕 변신한 유인촌
"고뇌조차 없는 악역 보여줄 것"
선배 뒤이어 햄릿 맡은 강필석
"이제는 감정 오히려 덜어낼 때"
내달 13일부터 극립극장 공연
다음달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햄릿'(연출 손진책)은 국내 연극계 대배우가 총출동해 막이 오르기 전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연기 인생에서 무려 6차례나 햄릿을 연기했던 유인촌이 이번에는 햄릿이 복수심을 불태우는 삼촌이자 왕 클로디어스로 변신했고, 그 자리는 강필석이 맡아 인생 첫 햄릿을 준비하고 있다.
주역으로 큰 무게감을 느끼고 있는 강필석은 "햄릿을 연기하면서 정신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박정자 선생님이 손수 맛집에 들러 육회를 사다주시고, 윤석화 선생님은 삼계탕을 사주시는 등 몸 둘 바 모르도록 챙겨주신다"며 "6년 전 선배들이 하신 햄릿이 마치 예술품을 보는 듯해 유출하지 않을 테니 대본을 달라고 해서 받아올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이번에 햄릿을 연기하며 선배님들의 시간을 흡수하는 기분"이라고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햄릿에서 햄릿 역할이 망하면 다 망하는 것"이라며 강필석의 어깨를 툭 친 유인촌은 "사실 이 친구도 이제 그리 젊지 않은데 원로급들과 같이하며 젊어 보여서 덕을 보고 있다. 이렇게 선후배가 어울려 작품을 올리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책임감도 많이 느끼겠지만 강필석만의 햄릿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故) 김동원 선생과 함께 한국에서 햄릿을 가장 많이 연기한 배우로 꼽히는 유인촌은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도 즐거운 듯 보였다. '매력 있는 나쁜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 흰머리도 공연 시점에 맞춰 까맣게 염색할 예정이다. 그는 "클로디어스를 대표하는 장면이 형을 죽이고 왕좌는 물론 그의 아내까지 빼앗은 뒤 2막에서 신에게 기도하는 것인데, 난 고뇌하고 반성하는 게 아니라 신에게 대드는 느낌으로 할 것"이라며 "객석에 정말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앉아 있다면 내 얼굴을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진정한 악역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극 제목이 햄릿인 만큼 강필석에 대한 도움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 선배의 마음이다. "김동원 선생이 햄릿을 연기할 때 썼던 허리띠를 물려받았다가 유족 분들에게 다시 드렸다. 그걸 필석이에게 물려주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며 웃은 유인촌은 정작 강필석의 연기에 대해서는 최대한 조언을 아꼈다고 털어놨다. "애초에 연기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요즘 배우들은 우리가 했던 고전적인 연기와는 또 다르게 틀이 없는 연기가 가능하더라. 그러니 함부로 연기를 지도한다고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깔끔하게 염색하려는 선배와 달리 남성적인 햄릿을 보여주기 위해 면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강필석은 "처음 대본을 외우는데 뭐가 이렇게 어렵나 싶어서 욕이 나올 정도였지만 나태해지는 것보다는 힘든 게 낫다"며 "어떻게 이걸 6번이나 하셨을까 싶어 처음에는 많이 물어봤는데, 일단은 혼자 해보라고 하시더니 이제 하나씩 슬슬 던져주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이 시작하기까지 2주 정도 남은 시점에 드디어 선배가 후배 햄릿에게 던져준 조언은 무엇일까. 이제는 채우기보다 오히려 잘 버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인촌은 "햄릿은 매번 감정을 다 쓰면 안 된다. 모두 다 힘을 주면 결국은 아무것도 힘을 안 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강필석 역시 "햄릿은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이다. 고통스러운데 죽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질질 끌고 가는 사람이다 보니 여러 모습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며 "처음에는 분노조절 장애처럼 연기하다가 이제는 조금씩 덜어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햄릿 공연은 코로나19 이후 무대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연극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다음달 13일부터 한 달 동안 열린다. 과거의 햄릿 유인촌과 새로운 햄릿 강필석은 "극 중에서 햄릿이 극단 배우들에게 애드리브 대신 대본을 지키라고 하고, 소년극이 인기가 많아 극단은 망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고전은 현재와 다를 것이 없어서 고전이라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셰익스피어 속에 녹아 있는 연극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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