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진통..무늬만 다른 '코드인사' 뒷말에 줄사표
'고발사주' 기소된 손준성은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구제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정성조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의 여진이 검찰 내에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말기 주요 직책을 맡은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되면서 '보복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검사장 승진 기회가 사라진 고연차급 중간 간부들은 잇따라 사표를 내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단행한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 문재인 정부 후반부 주요 보직에 있던 인사들을 대거 좌천시켰다.
앞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보좌한 검사들은 줄줄이 지방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나 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그를 정책보좌한 부장검사는 지방 검찰청의 부부장으로 강등되기까지 했다.
반면 한 장관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손준성(사법연수원 29기)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서울고검 송무부장 자리에 앉혔다. 손 보호관은 기수 내 우수 자원으로 꼽혀 검사장 승진이 유력했으나 '고발사주' 건으로 생채기가 나면서 지난 22일 승진 대상에선 누락됐다. 그러나 이번에 보직을 받으면서 다음 인사 때 승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직전 송무부장인 신자용 검사도 정권이 바뀌면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 올랐다.
법무부는 전문성과 능력, 성과를 토대로 적재적소에 검사들을 배치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포장만 달리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전 정부에서 주요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부역자'로 낙인찍어 사실상 인사 불이익을 주는 행태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도 공무원이고, 인사를 받으면 그 자리에 주어진 역할들을 수행할 뿐인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 피바람이 불고 있다"며 "말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달라고 하면서 인사를 보면 검사들보고 정권에 줄을 서라는 사인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물론 검찰 내에선 이번 인사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원래 수사를 잘하거나 기획, 공안을 잘해서 두각을 나타내던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아간 것"이라고 말했고,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 역시 "전 정권 인사 때는 혜성처럼 등장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 '저 사람이 누구지'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번엔 다들 알만한 사람들이 됐다. 실력으로 갈만한 사람이 간 것"이라고 했다.
주요 수사팀에 배치된 특수통 검사들의 능력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 장관과의 근무 인연을 고리로 인사상 혜택을 받은 건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장검사는 "문제는 특수 수사를 잘하는 다른 사람도 있을 텐데 비슷한 기준으로 봤을 때 윗선과 인연이 있으면 그 자리에 가게 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받지 못해 사실상 검사장 승진이 어려워진 중간 간부들은 줄줄이 사의를 표했다.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 난 양중진(29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22년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분들 덕분에 정말로 행복했다"는 사의 글을 남겼다. 양 차장검사는 대검 공안1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국가정보원 파견 등을 거친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같은 곳으로 발령받은 박상진(29기)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도 "검찰 덕분에 방종할 수 있는 젊은 날 삼가며 지낼 수 있었고, 미천함에도 어디에 굴종하지 않고 당당하게 설 수 있었으며, 게으른 성정에도 몸 바쳐 일할 수 있었다"면서 사의를 표했다. 박 지청장은 창원지검 특수부장, 인천지검 강력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지냈다.
부산지검 인권보호관으로 발령 난 이선혁(31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도 "어려운 시기에 검찰을 떠나 송구하지만, 남아 계시는 모든 분이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고 인사글을 남겼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 4월 이른바 '채널A 사건'으로 검언유착 의혹을 받은 한 장관을 검찰 수사 2년 만에 무혐의 처분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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