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 의존도 낮지만..보복 우려에 韓정부 고심

이종혁,박동환 2022. 6. 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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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원유 제재' 동참 요구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내달 옐런 방한때 결정 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미국·유럽 등 서방과의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와중에 미국 정부가 러시아를 향한 원유가격상한제(oil price cap) 참여를 요청했다. 정부는 고민이 커졌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 러시아에 대한 수출·금융 제재를 머뭇거리다 미국의 규제를 받을 뻔한 전례가 있다. 반면 원유가격상한제는 러시아 보복은 물론 국제유가를 또 한 번 폭등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우선 정부는 원유가격상한제 동참 의사는 열어둔 채 미국이 상세 계획을 제시하면 그때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유력한 때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방한하는 다음달 19~20일께다. 옐런 장관은 방한 기간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미 재무장관 회의를 연다. 옐런 장관은 원유가격상한제 아이디어를 낸 인사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 분위기는 당장 한국의 참여를 압박한다기보다 적극 독려하는 모양새"라며 "다만 원유가격상한제는 매우 복잡한 구조여서 지금 한국이 동참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재 참여로 에너지 수입에 미치는 단기 충격은 작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러시아산 비중은 5% 수준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줄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연도별 원유 수입 물량 중 러시아산 비중은 각각 2.87%, 4.79%, 5.60%였는데 올해 들어 월 단위로는 4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산 비중이 0%대로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우리가 대러 제재에 동참했을 당시 원유 수입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재하지 않았지만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수입처를 돌릴 수 있는 부분은 다 돌렸다"며 "현재 올해 12월까지 남아 있는 장기계약 외에는 더 들어올 물량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에 발맞추지 못한 기억이 있다. 3월에는 러시아에 첨단 기술 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참여에 머뭇대다 미국 주요 동맹국들에 부여된 규제 면제 대상국 혜택을 받지 못할 뻔했다.

수출·금융 제재에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원유가격상한제 카드를 꺼낸 것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국제유가 급등과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해서다.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약 15만5900원)에 육박하자 산유국인 러시아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루블화 가치 상승을 누리고 있다. 미국과 EU는 우선 제재 참여국과 함께 일정 가격을 협의하고 이 가격을 초과하는 러시아산 원유를 실어 나르는 선박에 해상보험 적용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원유가격상한제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제재 참여국 정부뿐 아니라 메이저 석유회사, 주요국 보험회사와 해운사들 참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들과 협의해 구체적인 규제안을 내놓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제재에 반발해 아예 원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면 오히려 국제유가 급등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종혁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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