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서 R&D부터 인재육성까지..K반도체 팹리스 생태계 구축

오찬종 입력 2022. 6. 29. 17:30 수정 2022. 6. 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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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반도체 中企 기술허브 구축
설계기업 20여곳 공동연구
아카데미 만들어 인재육성
반도체 인재 年3천명씩 부족
대학 정원 확대만으론 한계
대학 연계해 석·박사 키우고
최첨단 반도체 연구설비 지원
기존 재직자에 재교육도 제공

◆ 제3판교에 반도체단지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반도체 분야 중소기업들이 '제3판교'로 불리는 경기 성남시 금토동 일대에 반도체 복합단지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반도체아카데미'를 설립해 인재 교육과 공동 연구개발(R&D)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윤석열정부가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수도권에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제3판교 용지에 추진되는 차세대반도체복합단지 내에 반도체 인력 수급을 위한 가칭 '반도체아카데미' 설립이 추진된다. 최근 논의 중인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와 별개로 반도체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병행 추진되는 아이디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학들이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연구 설비가 충분하지 않아서 애로를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들이 대학에 설비를 기부하려고 해도 기존 건물 내에 설치하기도 마땅치 않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업계가 추진하는 반도체아카데미는 대학들과 기업들이 합심하는 일종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로 석·박사 연계 과정 개설도 검토될 예정이다.

특히 실무 교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최첨단 반도체 연구 설비도 단지 내에 갖출 계획이다. 대학에서 초빙하는 교수진 외에 추가로 기업 연구인력이 직접 교육에 참여할 예정이다. 대학과 연계한 석·박사 과정 외에 실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정도 마련된다.

기존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반도체 설계, 공정, 소재 등을 교육하고 아카데미 측에서 교육 이수 인증을 부여하는 체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연간 500명 이상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반도체복합단지는 인재 교육과 더불어 반도체 분야 중견·중소기업의 '공동 R&D 기지'로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3판교 반도체 단지 입주를 희망하는 25개 팹리스 기업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R&D 설비를 구축한다. 시스템반도체나 센서용 반도체 시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전용 팹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인력 수급을 돕기 위한 산업지원센터도 만든다. 이 센터에서는 인재 매칭을 위한 채용 박람회부터 창업 지원, 반도체 퇴직인력 활동 지원 등도 이뤄질 예정이다.

차세대반도체복합단지까지 구체화되면서 새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앞으로 5년 동안 7000명 이상의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서울대, 성균관대, 숭실대 등 3개교에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관련한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과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구성·운영하는 'AI 반도체 연합전공학부'를 신설한다. 내년에는 석·박사급 인재 양성을 위해 'AI 반도체 대학원'도 3개교에 설립한다. 대학원은 내년 중 공고를 통해 선정할 방침이다.

정부 의지에 발맞춰 국회도 적극적으로 힘 보태기에 나섰다. 양향자 의원이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양 위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위 1차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반도체 산업과 인재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낼 때 가슴이 뛰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나 말로 끝날까, 국력을 집중할 기회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며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여당의 특위 위원장을 야당 인사가 맡는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반도체 인력난을 대비하기 위한 조처다. 2020년 기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향후 연간 1600명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10년간 해마다 3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부족 규모가 점점 늘어나 1만명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인재 부족은 곧 국내 산업 경쟁력 타격으로 이어진다. 실제 국내 산업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반도체가 전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하며, 2013년 이후 매년 수출 1위 품목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국내 수출액은 전년보다 25.8% 증가한 6445억4000만달러로, 무역통계가 작성된 1956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280억달러로, 전년보다 29% 증가한 반도체 수출액이 이를 이끈 일등 공신이다.

최근 반도체 설계 및 후공정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중국에서는 해마다 20만명의 반도체 전공자가 배출된다. 700명에도 못 미치는 한국과 대비된다. 이 가운데 석·박사급 인재는 150여 명이다. 절대적인 인구수 차이가 약 30배임을 감안하더라도 큰 격차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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