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밸리 고소득 남성 몰리니..남성시계 매출 급증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메가 매장에서 한 남성 고객이 상품을 보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남성 명품 시계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곳 점포에 인접한 판교테크노벨리는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 있어, 이들 기업에서 근무하는 고소득 근로자들이 판교점 주고객이다. IT 업종 특성상 남성 인구가 많은데다 많은 IT기업들이 최근 개발자 등 핵심인력들에 대해 연봉을 크게 인상하고 적잖은 인센티브를 지급한 게 남성 명품 시계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주로 핸드백 등 여성 고객을 겨냥한 명품 라인업에 주력하는 기존 백화점들과 달리 30·40대 남성 고객을 위한 브랜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29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판교점 남성 명품 시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5% 증가했다. 2년 전과 비교할 땐 2.2배 급증했다. 이곳에서 명품 시계를 구매한 남성 고객의 70%는 월평균 5회 넘게 판교점을 이용하는 단골 고객들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관련 정확한 매출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명품 시계 쇼핑의 성지인 서울 압구정본점과 삼성동 무역센터점 뒤를 잇는 규모"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고소득 남성 고객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예거 르쿨트르를 비롯해 IWC, 오메가, 피아제, 위블로, 튜더, 태그호이어 등 글로벌 럭셔리 워치 브랜드 19개를 입점시켰다. 서울 강남권 백화점에 버금가는 최고급 명품 시계 라인업으로 평가받는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판매 금액이 한 점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명품 시계 브랜드들은 서울 강남처럼 검증된 상권 외에는 신규 출점에 무척 신중하다"며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개점 5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데다, 최근 에르메스 입점이 확정되자 복수의 유명 브랜드도 판교점 출점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판교점 인근에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IT기업 1200여개가 입주해 있고 이들 기업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수는 40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30·40대 남성 고객이 늘면서 판교점에선 명품 시계 외에도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패션 브랜드 매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 프리미엄 남성 패션 브랜드 톰브라운 매장은 월 3억~4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전국 매장을 통틀어 2위에 올랐다. 또 메종키츠네, 르메르, 준지 등 여타 남성 패션브랜드 매출도 전국 매출 5위 권 내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교점은 6층 남성관을 럭셔리 맨즈관으로 재단장(리뉴얼)하기로 하고 오는 8월부터 관련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