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빅스텝?"..금리 0.5%p 오르면 1인당 이자 14만원↑

세종=안재용 기자, 유효송 기자 2022. 6. 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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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 참석을 마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2.6.28/뉴스1


향후 1년 뒤 물가 수준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오는 7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금리를 빠르게 올릴 경우 1859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짊어진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하면 국민 1인당 이자부담은 최소 연 13만8000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29일 한은 등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859조423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말 기준 1860조700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줄었지만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GDP(국내총생산) 대비로 최고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 6일 발표한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조사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다.

이 같은 가계부채 규모에 비춰볼 때 한은의 빅스텝 금리인상은 가계에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 한은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2년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3월 잔액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23%다. 가계대출 규모가 1859조4234억원임을 고려하면 변동금리 대출 규모는 약 1431조756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면 총 연간 이자부담은 약 7조1588억원 늘어난다. 이를 지난해 말 기준 인구 5161만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연간 이자부담이 약 13만8707원이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이자부담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지난 두 달 동안 실질적으로 가계대출에 영향을 주는 시중금리는 더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에 따르면 5년 만기 금융채 금리는 지난 4월14일 3.32%에서 지난 28일 4.06%로 0.74%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지난 4월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는 지난달 한 차례 더 인상돼 현재 1.75%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더라도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확대를 모두 막기는 어렵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실제 이자부담은 금융채 5년물 금리 등 시중금리 변동에 따라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자산 가격이 오를 경우 그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는 '자산효과'가 역으로 작용해 민간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민간소비 위축은 경기의 둔화 또는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주식·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물가상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공급측 요인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에서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물가상승 압력을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렸는데 물가는 여전히 오르고 성장만 더 크게 둔화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은의 빅스텝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실행하는 등 빠른 속도로 정책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미국과 한국간 금리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외환·주식·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빅스텝을 실시하는게 상대적으로 물가·금융시장 안정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폭을 보면 우리도 일정부분의 인상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정도는 아니라 해도 거기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정도의 폭을 유지하지 않으면 한미 금리 역전 우려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금리역전이) 실제로 이뤄지면 단기에는 몰라도 시간을 두고 금융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현재 물가상승압력 자체도 금리인상을 일정폭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공급측면 이슈가 있지만 유동성이 많이 풀려있는 것도 사실이라 유동성 회수가 필요하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있는건 사실이나 (금리인상을) 미뤘다가 하면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산시장도 환율이 평가절하되면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어 현재는 금리인상 자체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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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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