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규제 완화" 질렀다가, 결국 학생들 반대 부딪혀

김기중 입력 2022. 6. 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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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오락가락 정책에 뿔난 대학생들 빗속 시위
"대학 등록금 투명하게 사용하는지 감찰 시스템부터"
전국대학생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가 교육부가 하루 만에 이를 부랴부랴 거둬들였지만, 오히려 학생들의 반발만 불렀다. 교육부가 학생들 의견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통에 혼선만 부른다는 비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학생들 “체감 등록금 증가” 교육부 비판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와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대학 단체들은 29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생과 가정에만 재정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와 대학을 규탄했다.

대학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10년 전보자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물가 상승 탓에 생활비, 식비만으로도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졌다”며 “그간 대학들이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계절학기 등록금,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인상하고 성적장학금을 줄이면서 체감 등록금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등록금 규제 완화로 대학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교육부의 발상도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배귀주 한국외대 상경대 학생회장은 “등록금 인상 규제를 완화하기 전에 대학이 등록금을 투명하게 사용해 운영하는지 감찰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대학단체들은 현재 고등교육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학 재정구조부터 먼저 바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일규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학교육은 보편교육으로 자리 잡았지만, 지금은 등록금을 낼 수 있는 국민만 그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는 헌법 위반”이라며 “대학들이 학교 운영을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정부 책임 구조로 바꿔나가는 것만이 헌법정신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넷은 이후 등록금 인상 반대에 대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이날 밝혔다. 릴레이 피켓팅, 집회, 등록금 인하 대학 네트워크 구성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교육부 차관 “등록금 규제완화” 혼선 불러

대학들은 정부가 등록금을 사실상 동결하도록 규제하고 고등교육 부문에 재정 투자도 하지 않아 대학이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해 왔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교육부가 주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재정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이 2009년부터는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장 차관은 이와 관련 지난 23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주최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조만간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하반기 규제가 풀리고 내년 1학기부터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장 차관 발언 보도 후 대학가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자 교육부는 하루 만에 “개선 방향과 시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전문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학 교육의 질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고,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도 늘리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등록금 인상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은 셈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4년제 일반 대학과 교육대학 194곳의 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 평균액은 676만 3100원이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이뤄지지 않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등록금 반환 요구가 크게 일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비대면 강의는 대면보다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도서관과 같은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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