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가 이끈 4년..LG는 A(AI)·B(바이오)·C(클린테크)에 승부 걸었다
친환경 사업인 '클린테크'에
5년 동안 2조원 이상 투자해
AI·바이오와 '미래 먹거리'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하고
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탄소저감 기술 강화도 추진
구 회장 "고객 경험 혁신할 기술분야 선도적 선정을"
LG그룹이 친환경 사업(클린테크·Clean Tech)에 5년 동안 2조 원 이상을 투자하며 인공지능(AI), 바이오(Bio) 등과 함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 29일로 취임 4주년을 맞는 구광모 회장의 새로운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LG는 "5월 말부터 이어온 각 계열사 중장기 사업 전략보고회에서 클린테크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이날 밝혔다. 클린테크는 탈(脫)탄소와 순환경제 체계 구축 등 기업이 친환경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로 한 기술을 뜻한다.
LG는 클린테크 분야 육성으로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패러다임을 친환경 중심의 고부가 가치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 ①바이오 소재 활용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을 시작으로, ②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③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 탄소 저감 기술 강화 등을 추진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어 친환경 클린테크 기술을 보다 빨리 확보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친환경 사업, 화학·배터리 분야와 함께 '윈윈'
LG 측은 석유화학, 배터리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친환경 사업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바이오 소재 분야는 LG화학이 담당한다. 미국 곡물기업 ADM과 합작법인을 통해 2025년까지 미국에 7만5,000톤 규모의 생분해성 플라스틱(PLA) 공장 건설에 들어간다.
또 충남 대산 공장에 바이오 원료 생산시설과 생분해성 플라스틱(PBAT) 생산시설을 추가 신설한다. 대산 공장에는 나프타 분해센터 공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이용해 연 5만 톤(t) 규모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시설 구축도 추진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합류했다. 지난해 12월 북미 최대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의 지분 2.6%를 확보하며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 니켈을 10년 동안 공급받기로 했다. 원료부터 재활용 산업에서 찾기로 한 것이다. LG화학은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국내기업 켐코와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 폐배터리에서 발생하는 금속을 전구체 생산에 활용하는 배터리 순환생태계 구축에 들어갔다.
LG는 이처럼 클린테크 분야의 역량 확보를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국내외에서 2조 원 이상 투자하는 동시에,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구 회장은 전날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고객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선도적으로 선정해가는 게 중요하다"며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R&D 투자 규모와 속도를 검토해 실행해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훌륭한 기술 인재들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같이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선택과 집중의 구광모 회장 4년, 신사업에 역량 집중
이번 LG의 신사업 결정은 2018년 6월 29일 취임한 구 회장의 운영 방침과 맞물려 있다. 구 회장은 만성 적자사업이었던 모바일과 태양광 등에서 손을 떼는 대신 미래 먹거리인 AI와 배터리, 바이오, 전장산업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사업 체질을 대대적으로 바꿔왔다.
결과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고, 실적도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그룹 7개 주요 상장사(LG전자·디스플레이·화학·생활건강 등)의 지난해 매출액은 176조5,144억 원으로, 2019년(138조1,508억 원) 대비 27.8% 증가했다. LG 관계자는 "현재 가전, 화학, 배터리 등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면 머지않아 AI, 바이오, 그리고 클린테크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현재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협업, 지분 투자,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기회를 꾸준히 탐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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