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다양한 이산가족 정책 필요"..그러나 남북협력추진단은 폐지 수순?
남북 이산가족 문제해결을 위해 이산가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서울시가 적극 관심을 둬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 내 남북교류협력 전담부서인 남북협력추진단은 최근 축소 및 폐지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29일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서울시 남북 이산가족 정책 방향과 추진사업’을 보면, 올해 1월 말 기준 국내 생존 이산가족 4만6000명 중 25.9%(1만1910명)가 서울에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이어 가장 많은 이산가족이 거주하는 것으로, 단일도시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남북 이산가족 생존자 대부분은 80대 이상 고령자로 지난해에만 서울에서 1009명이 감소했다.
보고서는 “남북 이산가족 문제해결은 서울시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통일·평화 정책”이라며 “남북 이산가족 생존자의 고령화와 높은 사망률은 서울시의 남북 이산가족 정책의 시급한 추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연구원은 당시 서울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남북 이산가족 인식조사’도 진행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이산가족 인식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중 66.1%는 ‘남북 이산가족 문제해결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68.9%는 ‘남북 이산가족 문제해결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특히 응답자의 75.7%가 ‘서울시의 남북 이산가족 정책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서울시의 남북 이산가족 정책이 남북 이산가족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66%였다. 응답자들은 서울시의 남북 이산가족 사업 추진 부진 이유로 ‘낮은 시민 공감대’(34.1%)를 1위로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이산가족 관련 기록물 수집 보존 등과 같은 ‘시민의 관심 제고와 공감대 형성’(74.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남북 이산가족은 인도주의적 사안이자 인권(가족권) 확보의 문제이고 수도이자 대표적 지방정부인 서울시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면서 이산가족 간접상봉 추진과 지원, 시민 공감대 확산, 미등록 이산가족 발굴과 등록 지원, 역사·문화 콘텐츠 개발, 이산가족 거버넌스 구축 등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청 내 남북협력추진단은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 복귀 이후 조직개편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남북협력추진단은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인 2018년 남북교류 및 통일문화 조성을 위해 설립됐다. 과장(4급)인 남북협력담당관이 이끌던 ‘과’를 전국 최초로 국장(3급)이 단장을 맡은 ‘국’ 단위로 규모를 키웠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민선 8기가 시작되는 다음달 남북협력추진단이 다시 ‘과’ 단위로 축소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사실상 폐지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공동개최가 무산된 데다 요즘 남북관계가 워낙 좋지 않다”며 “남북협력추진단은 매년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한시조직으로, 행안부에서도 한시조직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서울시의 남북 이산가족 정책이 갖는 상징성과 대표성을 간과한 조치라고 지적한다. 서울은 수도인 데다 글로벌 도시인만큼 서울시 남북 교류협력과 평화·통일 환경 조성 사업은 다른 지자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9년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독자적인 대북 인도지원사업을 할 수 있는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됐다. 지난해 말에는 지자체 최초로 남북 이산가족 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이 조례를 발의한 김인제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통화에서 “2020년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으로 지자체가 남북 민간교류협력의 주체가 될 수 있게 됐다. 남북협력추진단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데 조직이 축소되는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안 좋다는 것은 핑계일 뿐으로 그렇다면 통일부는 왜 존재하나”라고 말했다.
보고서도 “남북 이산가족 문제해결을 위한 서울시의 적극적 역할은 사회적 인식 변화와 타 지자체의 정책 관심도 제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앙정부 및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민간단체와도 소통·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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