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정자·손숙·윤석화 "작은 배역은 없다..늘 새롭고 떨려요"
기사내용 요약
'햄릿' 출연…연극계 여배우 트로이카 3인
주역 아닌 단역…유랑극단 배우 1~3 역할
젊은 배우들과 융합…"빈필 연주와 같아"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원로 배우 박정자(80), 손숙(78), 윤석화(66)는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배우 트로이카로 통한다. 지난 2000년 연극 '세자매'에 나란히 출연했던 이들은 이후에도 따로, 또 같이 여러 무대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때로는 자매처럼, 때로는 전우처럼 남다른 사이를 자랑한다.
올해 데뷔 60년을 맞은 박정자를 비롯해 58년의 손숙, 47년의 윤석화까지 세 배우의 연기경력을 합하면 165년이다. 그 긴 세월 동안 무게감 있는 주역을 수없이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더 빛나는 단역이다. 오는 7월13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개막하는 연극 '햄릿'에서 유랑극단의 배우 1, 2, 3으로 출연한다.
전무송,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등 지난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해랑 연극상을 받은 원로 배우들이 뭉쳐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박정자, 손숙, 윤석화는 이해랑 연극상도 6회, 7회, 8회로 잇따라 수상했다. 6년 만에 돌아온 '햄릿'은 연극계 거목들이 주연 자리를 젊은 배우들에게 넘겨주고, 단역과 조연으로 나서며 신구 세대의 특별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박정자, 대사 몇 마디에도 매일 출근…"연습실은 소중한 공간"
지난 28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의 '햄릿' 연습실에서 만난 손숙이 말했다. 동시에 유랑극단의 대장 격인 배우1 역의 박정자를 향해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박정자 선생님한테 맨날 자극받아요.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같이 나오고, 연습실에서 늘 맨 앞자리에 앉아있죠. 대사 몇 마디로 5~6시간을 꼼짝 안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저 스스로 반성하게 돼요."
이에 박정자는 "불안해서 그렇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갈 데가 없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리에게 연습실과 분장실, 공연장은 너무 소중하고 귀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햄릿'을 젊은 배우들과 다시 한다는 제안에 어떤 배역도 상관없다고 했단다. 6년 전엔 윤석화가 햄릿(유인촌)의 연인 오필리어, 손숙은 햄릿의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 박정자는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를 연기했다. 이번에 맡은 유랑극단 배우들은 왕궁에서 햄릿의 제안으로 선왕의 죽음을 비유한 연극을 하는 극중극 연기를 한다. 이번 작품의 문을 여닫는 역할도 한다.
윤석화는 "작은 배우가 있을 뿐, 작은 배역은 없다. 작품성이 좋은 연극이라면 행인만 해도 된다. 그게 아니라면 주인공이라도 마다할 수 있다"며 "이 작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충분했다"고 강조했다. 손숙도 "애초에 아무 조건 없이 주는 역을 하겠다고 했다. 연극에 작은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세대를 뛰어넘은 연극계 화합의 장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같은 작품, 같은 대사이지만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등 젊은 배우들이 합류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이 됐다. 박정자는 "이번 무대는 선후배 배우들이 같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중요하다. 배우들끼리 나눈 그 경험을 관객들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석화도 "오케스트라로 치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고 자신했다. "음악에서 고전이라고 하면 베토벤, 쇼팽, 모차르트 등이 있잖아요. 이걸 빈필이 연주하는 거죠. 그 울림과 감동의 폭이 다르잖아요. 고전인 '햄릿'을 좋은 배우들과 연출, 프로덕션이 다같이 어울려 연주하고 있죠."
후배들에겐 조언보다 같은 배우로서 응원을 더 해주고 있다. "자칫 혼란만 줄 수 있어서 조언은 잘 하지 않아요.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말하죠. 젊은 배우들이 먼저 물어볼 땐 자유롭게 표현해보라며 무조건 너를 지지한다고 말해줘요. 선배로서 후배들이 지치지 않게 손을 잡아줘야죠."(윤석화)
"서로 '전우' 같은 귀한 존재…은퇴? 무대 설 수 있을 때까지"
윤석화 역시 "언제나 똑같다. 긴장되고 새롭다. 오히려 어렸을 때보다 점점 더 배우로서 책임감이 커진다. 배우라는 자리가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은 후 무대에 서기 전 항상 똑같은 다짐을 한다. 1시간 넘게 혼자 하는 모노드라마를 잘 외우다가도 짧은 대사 하나가 안 외워지기도 한다. 여전히 고민한다"고 했다.
녹록지 않은 연극계에서 같은 길을 걸어왔고, 여전히 걸어가고 있는 세 배우에게 서로의 존재는 어떨까. 손숙은 "이 어려운 연극을 평생 해왔다는 자체가 서로에게 힘이 된다. 동료보다는 전우"라고 미소 지었다. 박정자도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다. 연극계 환경에서 이런 배우들을 갖는다는 건 쉽지 않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동시대를 함께 살고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고, 윤석화도 크게 공감했다.
"예술엔 끝이 없다"는 이들에겐 은퇴란 사전에 없다. 늘 지금을 마지막 작품처럼 생각하고 역할이 적어져 쓸쓸할 때도 있지만, 여유와 자유로움을 가진 나이 듦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우리에겐 은퇴란 없어요. 월급을 받은 적도 없는걸요? 무대에 설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거죠."(박정자) "연극을 한다는 건 참 외로운 일이자 가장 아름다운 일이죠. 저는 배우라는 직업으로 무엇이든지 나눌 수 있다고 믿어요. 언제 어디서든 제가 설 수 있는 무대,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할 거예요. 동네 꼬마 3명이 관객인 무대에서 예쁜 할머니 배우로 있는 것도 썩 괜찮은 일이죠.(웃음)"(윤석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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