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한 번도 안 죽여본 얼굴, '안나'의 유미역 수지 "리플리 증후군? 미묘함에 끌렸다"[인터뷰]
‘사람을 한번도 안 죽여본 얼굴이었으면 좋겠다.’ 드라마 <안나>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이 주인공 이유미 역을 캐스팅하며 바랐던 점이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가운데 사람들을 속여넘기는 이유미 역에 ‘무해한 얼굴’은 필수 조건이었다. 배역은 수지에게 돌아갔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유미의 이야기다. 밝은 성격에 친구가 많고 공부도 잘하는 유미는 종종 거짓말을 한다. 집이 가난하다는 것이나 어머니가 농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다. 처음 유미의 거짓말은 친구에게 ‘가난해서 발레 그만 두는 것 아니거든’이라고 말하는 것 정도로 사소하다. 대입 시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자 부모에게 ‘대학에 합격했다’고 하는 것도 죄책감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몰래 재수를 해서 거짓말이 아닌 ‘유예된 사실’로 만들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은 점점 겉잡을 수 없게 커진다.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유미는 일하던 곳에서 겪는 모멸감과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사장 딸(정은채)의 서류와 여권을 훔쳐서 ‘이안나’가 된다. 유미는 유학 가서 미술을 공부한 ‘안나’로 가장해 자신의 능력으로 학원과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중요한 지위를 얻지만 모두 모래성이다. 안나의 존재 자체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수지는 “유미의 미묘함에 끌렸다. 유미는 ‘나쁘다’ ‘잘했다’ 그런 확실한 평가를 하기보다는 묘하게 응원을 하고 싶고, 공감이 가는 캐릭터”라며 “유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매력적이었고 <안나>가 힘이 있는, 새로운 이야기라고 느꼈다”고 했다.
수지는 유미가 거짓말을 거듭하는 이유를 꼼꼼히 분석했다. 상담사 등 심리전문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유미의 입장에서 일기를 쓰기도 했다. 그는 “처음의 거짓말은 저라도 했을 수 있을 만큼 사소하다”며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본인의 선택이다. 유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유미는 사람들을 우습게 바라보기도 한다. 예쁜 겉모습, 화려한 학력의 종이 쪼가리에 사람들이 속아버리니까 ‘쉽네’ ‘이게 되네’ 하면서 대범해진다. 속은 사람이 문제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유미의 거짓말이 쉬워지고, 유미가 갖고 싶은 게 커져가는 이유가 된다”고 했다.
유미의 이중성을 표현하기 위해 표정, 말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수지는 “유미가 거짓말 할 때의 말투가 부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나가 아니라 유미일 때도 자신한테 유리한 말을 할 때 미묘하게 말투가 달라지도록 했다”며 “거짓말을 처음 시작할 때의 (불안한) 시선과 후반부 이미 거짓말에 익숙해졌을 때의 시선 처리도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 <리플리> 등 거짓말을 거듭하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다른 콘텐츠들과 차이점은 ‘유미의 거대한 불안’이라고 했다. 수지는 “유미가 ‘리플리 증후군’을 겪는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리플리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본인도 실제로 자신이 그 인물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그런데 유미는 자신이 안나가 아니라는 것을 들킬까봐 많은 불안을 느낀다”며 “어렸을 때부터 불안을 많이 느꼈다. 이 작품을 하며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순간이 많았다”고 했다.
수지는 “제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처럼 시청자분들도 유미를 마냥 나쁜 사람으로 보지 않고 공감한다는 반응을 하시면 가장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남은 회차에서도 거짓말이 들통나 유미가 추락하는 과정보다는 유미가 거짓말에 환멸과 부질없음을 느끼는 감정의 변화에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드라마는 지난 24일 첫 2화를 공개했다. 매주 금요일 2화씩 총 6부작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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