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이 나라를 잘 지켜줄 겁니다".. 제2연평해전 승전일 '해상 헌화'

박응진 기자 2022. 6. 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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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20년 만에 '승전' 공식 규정.. 2함대서 기념식
유족 "전사자 및 참전 장병 명예회복.. 뜻깊은 일"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인 29일 오후 서해상에서 해전 전사자 고(故) 윤영하 소령의 동생 윤영민씨와 모친 황덕희씨가 헌화를 하고 있다. 2022.6.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평택=뉴스1) 박응진 기자 = "그대들의 눈동자는 이제 조국의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되었고, 그대들의 피는 조국의 국토에 흐르는 강물이 되었고, 그대들의 숨결은 조국의 바다에서 고동치는 심장이 되지 않았더냐."

29일 오후 서해 풍도 근해에 도착한 해군 유도탄고속함(PKG) '윤영하함'에선 제2연평해전 전사 장병들에 대한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의 추모시 '그대들의 눈동자는 조국의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되었고'가 울려 퍼졌다.

'윤영하함'은 이날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부터 1시간30여분 동안 기동해 풍도 근해에 다다랐다. 20년 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위한 유가족과 참전 장병 등의 해상 헌화를 위해서다.

장마철에 접어든 평택 하늘엔 오전 내내 먹구름이 끼고 간간이 비가 내렸지만, 헌화가 진행된 해상엔 마침 볕이 들었다. 파도도 1.5m 높이로 잔잔해졌다.

이날 '윤영하함'에선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군의 포격으로 침몰한 해군 고속정 '참수리357호' 정장 고(故)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의 모친 황덕희씨와 동생 윤영민씨, 그리고 '참수리357호' 승조원이었던 이희완 중령(당시 중위) 및 윤영하함 승조원 등이 각각 헌화와 헌주를 했다.

윤씨는 헌화 뒤 기자들과 만나 "나도 해군 병으로 복무해 바다에 대한 남다른 감회가 있다"며 "형이 대한민국을 잘 지켜주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서해상에서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과 참전 장병들이 해상 헌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6.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제2연평해전'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한일 월드컵 대회 3·4위 결정전이 열린 지난 2002년 6월29일 오전 서해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군 경비정 '등산곶684호'가 우리 고속정 '참수리357호'를 기습 공격해 발발한 해전이다.

당시 우리 측에선 윤 소령을 비롯해 한상국·조천형 상사, 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다쳤다. 북한군에서도 30여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군은 제2연평해전 발발 20년 만에 당시 전투를 "NLL을 사수한 승전"으로 공식 규정했다. 그간 2함대사령부에서 열려온 기념행사도 이날부턴 "승전(勝戰) 기념식"으로 불린다. 전사자 유족과 참전 장병이 함께하는 해상 헌화가 진행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군 당국은 제2연평해전 전적비(戰蹟碑) 명칭도 전승비(戰勝碑)로 바꿀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영민씨는 "20주년을 맞아 제2연평해전을 승전으로 기념해줘 감회가 새롭다"며 "6용사나 참전 장병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서 뜻깊은 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중령도 전사자와 참전 용사들이 "정확한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6용사의 군인정신, 바다를 지켰다는 본질적인 임무 완수에 대해 정말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충무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식. (공동취재)2022.6.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이 중령은 "전역한 (참전) 장병들의 정신적 고충도 좀 더 세심히 들여다봐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중령은 해전 당시 부장(부정장)으로서 전사한 윤 소령을 대신해 '참수리357호'를 지휘하며 북한군과 싸우다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이날 해상 헌화엔 '윤영하함'뿐만 아니라 '조천형함' '서후원함' '박동혁함'도 함께했다. 현재 해군은 제2연평해전에서 숨진 해군 장병 6명의 이름을 딴 유도탄고속함 6척을 2함대에 배치해 서해 NLL을 수호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20주년 승전 기념식'에 참석, "제2연평해전은 우리 장병들이 북한의 도발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적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승리의 해전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지금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건 생사가 오가는 전투현장에서 목숨 바쳐 싸워 승리했던 제2연평해전의 영웅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분들(제2연평해전 참전 장병들)이 우리를 지켰듯, 우린 그분들과 가족들을 지킬 것"이라며 "특히 군인사법 등 관련 법규 개정을 통해 추서 진급된 계급에 맞게 각종 급여·예우를 지원하는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과 유가족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기념식에 함께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도 "보훈처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6용사들의 고귀한 헌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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