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핀란드·스웨덴 가입 승인 초읽기..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온 유럽 안보 지형 변화

박효재 기자 2022. 6.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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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 등이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나토 정상회의 전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마드리드|로이터연합뉴스

북유럽 중립국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이 29일(현지시간) 시작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승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의 가입에 유일하게 반대해온 튀르키예(터키)가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가입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나토는 또 러시아를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 중국을 나토의 ‘이해와 안전,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한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토의 확장을 불러오며 유럽의 안보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28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양해각서에 두 나라와 함께 서명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3국 간 협정에 “튀르키예는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지지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튀르키예는 그간 핀란드와 스웨덴이 자국 분리독립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우호적이라며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두 나라의 가입에 반대해왔다. 이번 만남에서 PKK 관련 터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정부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PKK와 시리아 연계 세력을 포함한 단체들을 단속하고 관련 범죄인 인도에 협조하는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9~30일 이틀간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두 나라의 가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 30개국 지도자들이 스웨덴과 핀란드를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할 것이라며 두 나라의 가입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가입을 위해서는 30개 회원국의 승인과 각국 의회의 비준이 필요하다. 두 나라의 가입이 확정되는 데는 수개월에서 최대 1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1300㎞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1948년 이후 군사적 중립을 고수해왔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이래 군사적 중립 노선을 견지해온 스웨덴 역시 나토 출범 당시부터 비동맹 노선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불안을 느낀 두 나라는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비동맹 노선을 포기하고 서방의 대러시아 군사동맹인 나토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는 나토 확장을 경계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지만 오히려 나토 회원국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나토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병력도 증강할 예정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27일 현재 4만명인 나토 병력을 30만명으로 확대하고, 발트해에 배치된 병력을 여단급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영국에 F-35 스텔스기 2개 대대를 추가 배치하고, 폴란드에는 미 육군 제5군단 사령부를 영구적으로 설치하는 등 나토 회원국 주둔 군사력을 증강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의 달라진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우리의 집단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전력태세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웨덴과 핀란드뿐 아니라 유럽 각국이 증대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와 유럽연합(EU)으로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 20일 국민투표를 통해 거의 30년간 고수해왔던 유럽연합(EU) 공동방위 예외규정을 공식 폐기하고 공동방위에 동참하기로 했다. EU 정상회의는 지난 23일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다. 두 나라의 정식 가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입이 최종 승인된다면 2013년 크로아티아 가입 이후 약 10년 만에 회원국을 확장하게 된다. 구소련 국가인 조지아에서는 이달 들어 EU에 자국의 가입 신청을 신속하게 수용해주길 촉구하는 군중들의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조지아는 애초 내년쯤 EU 가입을 신청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일정을 앞당겨 올해 3월 가입 신청서를 냈다.

나토는 정상회의 첫날인 29일 러시아의 위협과 함께 중국이 초래하는 도전을 처음으로 다룬 전략 개념을 채택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에 따르면 새 전략 개념은 러시아에 대해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또 “중국의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들은 우리의 이해, 안전 그리고 가치에 도전한다”고 명시했다. 2010년 포르투갈 리스본 정상회의 당시 채택한 전략 개념 문서에서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표현하고, 중국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앞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더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서 회원국에 필요한 청사진을 그릴 것이라며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지만 러시아와의 유대 관계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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