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조건만남·협박 '촉법소년'..20대 이후의 삶, 우리는 모른다

한겨레 2022. 6. 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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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 앉은 소년은 앳된 얼굴의 만 13살 촉법소년이다.

만 13살 촉법소년이어서 형사처벌을 할 수 없었지만, 촉법소년이 아닌 만 14살이었어도 형사사건으로 처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만 10살 이상~14살 미만인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1~2살 낮추는 정책의 목적은 소년법을 악용해 살인 등 흉포한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형사처벌해 경각심을 주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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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가족과 단칸방 살기 원해 집 불지른 소년
조건만남 사기·협박 소년·소녀..심판 이후가 중요
소년보호재판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왜냐면] 최원훈ㅣ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촉법소년 1

상담실에 앉은 소년은 앳된 얼굴의 만 13살 촉법소년이다. 소년부 재판을 앞두고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됐다. 소년의 죄명은 ‘방화’. 자신의 집에 불을 질렀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는 아버지, 두살 터울 형과 함께 낡은 빌라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방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 잠들었고, 형은 자기 방에서 게임만 했다. 소년은 외로웠다. 가정에서 얻지 못한 관심과 상호작용을 원했지만, 입시교육에 바쁜 학교는 소년에게 관심이 없었다. 소년은 스스로 외로움을 극복하기로 결심했고, 실천에 옮겼다.

“아버지와 형이 없을 때 집에 불을 질렀어요.” 이유를 물어보았다. “우리 집이 홀랑 다 타서 단칸방으로 이사하면, 아빠하고 형이랑 제가 한방에서 같이 살 거니까, 그러면 얘기도 많이 하고 훨씬 행복해질 것 같아서요.”

#촉법소년 2

촉법소년 5명은 공범이다. 죄명은 ‘강도상해’. 강도는 살인·강간·방화와 함께 4대 강력범죄다. 이들은 원래 모르는 사이였으나 가출해서 거리를 배회하다 에스엔에스(SNS)를 통해서 만났다. 소년원과 보호관찰 경험이 있는 친구가 한 명씩 있었고, 나머지 남학생 2명과 여학생 1명은 범죄 경력이 없는 초범이었다. 이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조건만남 사기’ 범죄를 모의했다. 소년원 출신 촉법소년이 주도해 역할을 분담하고 실행에 옮겼다. 조건만남 앱을 통해 40대 성매수남과 접촉했고, 모텔로 유인한 뒤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시도했다며 협박하고 폭행해 현금을 강탈했다.

#심판

생애 처음으로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 1은 경찰 조사를 받고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판사는 보호관찰 처분을 내렸다. 만 13살 촉법소년이어서 형사처벌을 할 수 없었지만, 촉법소년이 아닌 만 14살이었어도 형사사건으로 처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만 13살이든 14살이든 실형을 선고해 전과자로 만드는 것보다 보호처분으로 교화하는 게 소년에게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촉법소년 2 가운데 주범은 보호처분 중에서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소년원 2년)을 받았고, 보호관찰 경력이 있던 소년은 9호 처분(소년원 6개월)을 받았다. 나머지 초범 3명은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가정과 학교로 돌아갔다.

#심판 이후

만 10살 이상~14살 미만인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1~2살 낮추는 정책의 목적은 소년법을 악용해 살인 등 흉포한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형사처벌해 경각심을 주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 대다수 소년범죄에는 여전히 보호처분으로 교화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재사회화할 것이다. 따라서 ‘심판 이후’가 중요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례로 제시한 두 사건은 10년 전에 일어났다. 이제 23살 청년이 된 촉법소년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심판 이후 지난 10년 동안 소년범 교화를 위해 보호관찰과 소년원에 얼마나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자했는가? 소년범 선도 및 범죄 예방을 위한 토론과 공청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하향조정)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과 함께 가야 할 국정과제다. 소년범 혐오에서 나오는 감정적 대응이 아닌, 성행을 교정하고 재범률을 낮추는 실질적인 소년범죄예방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10년 뒤에도 똑같은 질문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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