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나토에 "가상의 적 만들어 신냉전 도발 말라"
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자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 “가상의 적을 찾아 신냉전을 일으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관영매체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연일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세계 모든 평화 애호국처럼 중국은 나토의 전략 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나토의 소위 ‘전략 개념’ 문서의 정책적 함의를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 일부 지도자들은 말 끝마다 다른 나라가 위협을 가져온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나토 스스로가 세계 각지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며 “우크라이나 위기를 빌미로 집단대항을 선동하거나 신냉전을 도발하지 말고 아·태 지역에서 가상의 적을 찾아 인위적인 갈등과 분열을 만들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또 “중국은 일부 세력이 나토를 선동해 아·태 지역으로 한 걸음 더 촉수를 뻗치거나 군사 동맹을 빙자해 ‘아·태판 나토’를 만드는 데 결연히 반대한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 대본은 아·태 지역에서 반복돼선 안 되며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란과 전란이 아·태 지역에서 일어나는 것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토가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는 새 전략 개념을 채택하고, 정상회의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초청한 것에 대한 불만과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근년 들어 나토가 지역과 영역을 넘어 집단 대결을 고취한 데 대해 국제사회는 고도로 경계하고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평화 추구와 발전 도모, 협력 촉진은 시대의 조류이며 전세계 사람들의 공통된 희망”이라며 “냉전 사고를 고수하고 집단 대항을 추진하고 패거리와 소그룹을 만드는 것은 민심을 얻을 수 없고 목적을 달성할 수 었다”고 덧붙였다. 자오 대변인은 전날에도 “나토의 이른바 새 전략 개념은 낡은 술을 새 병에 담는 것이며 가상의 적을 만들어 진영 대결을 벌이겠다는 냉전적 사고에 변함이 없다”며 “중국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도발적 발언을 유포하는 것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국의 나토 참여에 한층 강도 높은 반응을 보인다. 환구시보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나토의 위험한 담장 아래 서명 안 된다’는 사설을 통해 “낡은 냉전의 산물인 나토가 신냉전의 막을 올리고 있다”며 “아·태 국가, 특히 한국과 일본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되며 이는 매우 부정적인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냉전적 색채가 짙고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강한 군사·정치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태 국가들에 무엇을 주고 무엇을 잃게 할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나토를 아·태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늑대를 끌어들이는 것처럼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토와 뜨겁게 교제하면서 냉전의 화근을 아시아·태평양에 끌어들일 의도가 없다고 하는 것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고 우기는 것과 같다”며 “이는 중국과의 전략적 상호신뢰를 상하게 하고 불가피하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전날 영문판 기사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의존해 외교적 독립성을 상실하면 중국과의 관계는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한국을 콕 집어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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