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9시 등교제' 학교별 자율 결정..현장의 목소리는

배수아 기자 2022. 6. 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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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은 이른 등교 원하지만 9시 등교제 유지 의견도 많아
부모들 처지·생각 따라 제각각..자율 결정까지 진통 불가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오는 13일 인수위원회 공식 출범을 앞두고 9일 경기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앞으로의 운영 방향과 활동 계획을 밝혔다. 배수아 기자./ © 뉴스1

(경기=뉴스1) 배수아 기자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2학기부터 '9시 등교제'를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9시 등교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는 찬반이 분분해 자율 시행을 앞두고 학교별 의견 수렴을 하는데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교육감 인수위는 지역과 학교 상황에 따라 희망하는 등교 시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학교 교육공동체 의견을 수렴해 학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수위는 또 '9시 등교제'와 맥을 같이 하는 '아침 급식'의 경우 현재 지자체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워킹맘 등 맞벌이 부부는 대체로 '9시 등교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9시 등교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글에 맞벌이라고 밝힌 학부모 A씨는 "아침 8시 반까지만 등교해도 출근에 부담이 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도 "아침 급식 해주고 7시 등교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학생들이 아침잠을 더 잘 수 있도록 기존대로 '9시 등교'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학부모 C씨는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아침에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어한다. 아침 준다고 일찍 오라고 하면 애들은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라는 소리냐"고 반발했고, D씨는 "조금이라도 더 자게 하고 싶다. 잠이 부족해서 늘 피곤해 하는데 어떡하냐"고 했다. 이외에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집에서도 아침 못 먹고 간다", "학교 끝나고 학원 다니느라 놀 시간도 부족한데 아침잠까지 뺏어가며 등교 시키는 건 어른들이 넘 야박하게 구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9시 등교'를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에는 아침까지 '학교 급식'을 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학부모 E씨가 "다시 예전대로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급식 싫어하는 아이들은 집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아침밥 먹고 천천히 가는게 좋다"고 하자 "점심 급식도 잘 안 먹어서 아침이라도 신경써서 먹이려고 노력 중이다", "솔직히 무상급식 너무 맛 없다. 학교에서 점심조차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아침급식은 반대다", "안그래도 점심 급식 거의 다 버린다고 하던데 아침급식까지 자원 낭비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조정할 게 아니라, 직장인의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새로운 의견도 나왔다. 한 학부모가 "애들은 어디에 마음 두고 의지하고 살아야 하나. 왜 자꾸 애들을 가정에서 내몰려고 하나.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자율적으로 해서 조금이라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하자 공감을 표하는 의견이 많이 달렸다. 해당 글에 한 학부모는 "동감한다. 어른들 출퇴근 문제가 있으면 직장인들의 복지를 늘려서 아이들 등교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어른들 정책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고 공감했다.

경기도교육청사 © 뉴스1

현재 인수위는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 관련 부서와 협의 중이다. 앞서 인수위 관계자는 23일 "선생님들과 학교에 부담을 지우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지자체와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별로 다양한 모델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9시 등교제'와 관련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자유롭게 결정한다는데에 인수위와 방향성을 공유한 상태"라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안이 나온 건 아니다. 각 학교 상황에 맞게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9시 등교제'는 학교별로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의 의견을 수렴해 결국 학교장 재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침 급식'과 관련해 도교육청 담당부서는 인수위에 '오후 돌봄 학생'들이 이용하는 오후 간식(간편식) 제공과 아침 급식을 연계하는 안을 제출한 상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침급식을 시작할 경우 돌봄학생들이 대부분 맞벌이 가정이라, 돌봄학생을 대상으로 먼저 아침 간편식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의견을 인수위에 냈고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아침급식의 경우 인력과 위생관리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9시 등교제'는 2014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당선된 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임태희 당선인은 후보 시절 '9시 등교제'와 관련해 "학생 수면권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도입한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를 시행하는 과정이 획일적이고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도내 초등학교 1388개교는 100% 9시 등교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학교는 647개교 가운데 99.7%인 645개교, 고등학교는 485개교 가운데 94.2%인 457개교가 9시 등교제를 운영 중이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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