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도 장애인 있죠?" 장애인의날, 교사 부적절 발언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입력 2022. 6. 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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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사립초에서 장애학생 정서적 학대.. 피해 학부모 "충분한 사과와 책임 뒤따라야"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서울 은평구 내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장애 학생에 대한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이 학교 교장이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와 아이를 겨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부적절한 폭언을 내뱉은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하승민(가명)군은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벽에 찧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심각한 수준의 자해행위와 "선생님이 미워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등교를 거부했다.  
원인을 찾아 나선 하군 부모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바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담임선생이 발달 장애 관련 영상을 보여주며 "우리 반에도 장애인이 있죠?"라고 말하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아이들이 "장애인이 뭐야?, 누구?"등 의문을 표하는 과정에서 하군이 특정됐다는 것이다. 

하군 부모는 "아이가 경계성 자폐로 일반 학교에 입학이 가능하다는 의사 소견 하에 입학하게 되었고 당시 교장은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히 돕겠다'는 답변을 해 이 학교에 보내게 됐다"고 전했다. 

학교를 찾은 하군 부모는 장애 아동 교육권 침해에 강력 항의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학교장은 '2학년 담임 교체, 1학년 담임이었던 교사가 주 5시간 이상 수업에 함께 참여'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1학년 담임교사가 교실에 들어가려 하자 이를 교감이 막아 나섰고 교장은 이 상황을 외면했다. 결국 하군 부모는 아이를 급히 학교에서 데려오게 됐다. 교장과의 합의는 실현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입장은 배려되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하군 부모는 "학교 책임자의 비교육적 행위에 더 이상 이 학교를 다닐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승민군이 지속적으로 불안 증세를 호소해 부모가 모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받은 진단서 내용. 부상병으로 상세불명의 불안 장애가 기재돼 있다. (하승민군 부모 제공)
ⓒ 은평시민신문
'부적절 언행' 학교장, 학부모에도 부적절 문자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교장이 내뱉은 부적절한 언행과 피해 학생 엄마에게 보낸 문자도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하군 부모에 따르면 학교장은 5월 13일 한 호프집에서 1학년 담임을 만나 대책을 논의하며 "신경 안 쓴다. 소송을 걸든 방송을 내든, 여기 보내야지 지 아들을 누가 케어해주고 잘 관리해주나"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이 그런 애들이 있어. 돈 1천만 원이면.. 사람이 궁지에 몰려서 원한을 사게 되면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거야, 뭘 못하겠어" 등의 험악한 발언을 이어갔다. 

하군 부모는 "교장이 사용한 단어와 표현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며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겠다는 비교육적 자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학교장이 피해 학부모에게 보낸 문자 (하승민군 부모 제공)
ⓒ 은평시민신문
학교장의 부적절한 문자도 이어졌다. 피해 학생 문제로 만난 자리에서 학교장은 "장애인을 차별 없이 관리하겠다"며 학부모를 안심시켰다. 이 자리에는 피해 학생 엄마 혼자 참석했는데 이후 학교장의 부적절한 문자가 이어졌다. 피해 학생의 엄마는 성희롱이라는 입장이다.

"여행은 홀로 유적지 찾아다니고 있지요. 동행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데 그럴만한 사람이 주위에 아직?"이라거나 "한두 꺼풀씩 벗겨지듯 학기 초 힘겨움도 하나 둘 마무리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후 일정이 순탄하여 듣고 싶은 예쁜 목소리 들을 수 있을까요?"등의 문자를 보내왔다.

피해 학생 엄마는 "아이의 부모로서 수치심을 여러 차례 느꼈지만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피해 학부모, "진정한 사과와 책임 원한다 "

현재 하승민군은 인근 학교로 전학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군 부모는 "어이없는 일로 아이와 우리 가족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지만 아직까지 학교에서는 이렇다 할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2일 MBC에서 관련 보도 ("천만원 주고 후배들 시켜서" 어느 학교장의 막말)가 나간 이후 학교 법인은 학교장을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한 상황이다. 하지만 하군의 2학년 담임교사는 "장애이해교육 동영상에 발달장애인이 나와 아이들이 수군거리기에 '크는 속도가 다를 뿐 훌륭하고 똑똑한 어른이 될 수 있으니 무시하거나 놀리지 마라'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크는 속도가 다를 뿐'이라는 표현 자체가 장애인을 차별하는 말이며 '무시하거나 놀리지 말라'는 말도 부적절한 언어"라고 지적했다. 

하군 부모는 "아이가 4월 20일 이전과 이후로 극단적으로 달라진 삶을 살고 있는데도 학교 측은 '실추된 학교명예를 되살리겠다', '언론에 정정 보도를 청구하겠다' 등 사건을 은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자들의 충분한 사과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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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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