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생산량 늘고 가격 안정..그런데 농가는 운다

반기웅 기자 2022. 6. 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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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군 사과밭에서 주민들이 ‘홍금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최승현 기자

올해 사과와 배 재배 면적이 지난해에 견줘 소폭 늘면서 생산량도 평년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사과·배 공급량 증가로 수확이 시작되는 추석 즈음에는 과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추석 성수품(사과·배) 수급 협의체를 구성해 가격 안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반면 농가는 공급 안정에 따른 가격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과일 값이 평년 수준까지 떨어지면 생산비도 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생산가격이 크게 높아졌다. 자칫하면 한 해 농사가 ‘적자’로 끝날 수도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2년 맥류, 봄 감자, 사과, 배 재배면적조사 결과’를 보면 사과 재배 면적은 3만4644ha(헥타르)로 전년(3만4359ha)보다 0.8% 증가했다. 배 재배면적(9687ha)도 1년 전보다 12ha, 0.1% 늘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사과·배 가격이 오르면서 재배 면적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 사과 가격은 5657원(후지·상품·1kg기준)으로 2019년 3873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배 가격도 4820원(신고·상품·1kg 기준)으로 2019년(3417원)에 견줘 큰 폭으로 올랐다.

가뭄 탓에 생육이 더디긴 하지만 병충해가 피해가 적어 올해 사과·배 수확량은 평년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농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은 지난해 장기 저장한 사과·배를 유통하고 하는 시기”라며 “품질 좋은 ‘특품’이 적어 가격대가 높지만 추석에 햇사과·햇배가 출하되면 가격은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사과·배 농사는 순조롭지만 농가 분위기는 좋지 않다. 생산량 증가로 과일 가격이 떨어지면 일한 만큼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일 값이 평년 수준만큼 내려가도 농가에는 마이너스다. 국제 원자재 값 급등으로 농자재 값이 치솟은데다 인건비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충주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조흥원씨(63)는 “하루 인건비만 13만원이 넘고 각종 농자재, 면세유까지 안오른 게 없다”며 “사과 가격이 평년 수준까지 내려가면 우리 같은 농가는 큰 손해”라고 말했다. 국내 농산물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기반에 둔 경매로 결정된다. 생산 원가는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일단 생산량이 늘면 가격은 물량 증가분보다 훨씬 큰 폭으로 떨어진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물가 국면에 소비자를 위한 물가 안정 대책도 필요하지만 생산 원가도 남기지 못하는 농가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생산비를 반영해 농가가 최소한의 수익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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