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력 남용 내무부 잊었나"..경찰행정 전문가들도 경찰국 우려

조해람 기자 2022. 6. 29. 15: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과 경찰개혁네트워크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안부 경찰국 설치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이창민 변호사((왼쪽 세번째)민변 사법센터 검찰·경찰개혁소위원회 위원장)가 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행안부의 경찰 통제 정책에 대해 경찰 행정 전문가들이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정치권력이 경찰조직을 손발처럼 부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 행안부 안을 폐기하고 ‘민주적 통제’의 관점에서 경찰 통제 방안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이 소속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행안부 경찰국 설치,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변 사법센터 검찰·경찰개혁소위원회 위원장인 이창민 변호사는 “경찰국 설치를 통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게 되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침해될 것”이라며 “특히 정권과 코드를 같이 하는 경찰을 주요 수사부서에 앉히거나 정권의 이익에 반하는 수사를 하는 경찰관에 대한 인사 압박을 통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박병욱 국립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행안부의 방안은)정부 수립 이후 정권과 내무부 스스로가 경찰력을 남용하는 기제였다는 점을 몰각하는 것”이라며 “경찰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서강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연합준비위원회 사무국장(전남 무안경찰서 경위)은 “과거 독재시대의 유물인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로의 회귀”라며 “권력에 대한 경찰의 종속으로 귀결될 여지가 크다”고 했다.

위법성 지적도 제기됐다. 이 변호사는 “치안 사무는 경찰청의 고유 사무에 해당하므로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을 개정하지 않고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은 위 법률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청와대가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통제한 데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찰국을 신설해야 한다’는 행안부 주장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지휘하면 청와대에 의한 비공식적 통제가 완전히 사라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권을 통제할 필요가 커졌지만 행안부의 안대로 하면 경찰이 정권에 예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실장은 “(정부 주장대로)확대 강화된 조직을 정부부처가 직접 지휘감독한다면 결국 국가권력이 한층 확대 강화되는 것 아니냐. 정작 30여년 전 치안본부 시절보다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 펼쳐지지는 않을런지 우려된다”고 했다. 다만 현직 경찰인 서 사무국장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현실을 보면 현장 경찰관들은 일만 늘어나고 인원과 예산은 증원되지 않고 있으며, 수사기피 현상으로 인해 수사부서는 지원자도 없고 베테랑 형사들도 떠나가고 있다”면서 “경찰권력이 비대해졌다는 여론은 부풀려지거나 과도하게 포장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고 자치경찰 실화를 통해 경찰의 권한을 분산하면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경찰위원회 제도를 통한 민주적 관리를 형해화하는 경찰국 설치는 오늘날 민주법치국가의 발전 방향에 거스르는 퇴행적 제도형성”이라고 했다. 서 사무국장은 “이번 권고안을 우선 폐기하고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 등이 원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진행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