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16년차' 솔로퀸 선미의 꿈을 만나다[MK현장]

박세연 2022. 6. 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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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 사진|강영국 기자
리스펙트. 가수 선미의 무대를 보고, 그의 이야기를 지켜보다 보면 정말 솔직하게 드는 감정이다. 아이돌로 출발해 이 험난한 가요계에서 장장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정상에서 내려오는 법 없이, 그 자신의 실력과 내면을 그토록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 신한카드 판스퀘어에서 선미의 새 디지털 싱글 ‘열이올라요 (Heart Burn)’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열이올라요’는 한여름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앨범으로, 지난해 8월 발매한 세 번째 미니앨범 ‘6분의1’ 이후 10개월 만에 내놓는 선미의 신보. 이날 선미는 컴백 소회에 대해 "홀가분하고 많이 덜어냈다"고 담백하게 밝혔다.

이 담백한 소회의 진의는 무엇일까. 선미는 "'열이올라요'는 내가 작곡한 곡은 아니다. 계속해서 프로듀싱을 해오면서 느낀 점이, 내가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선미의 모습이 어떤지 너무 궁금하더라. 그러던 차에 행운처럼 이 곡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프로듀싱을 하긴 했지만, 꼭 내 곡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나는 1~2년 하고 그만 둘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듀서의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 시간이라서 홀가분했다"고 설명했다.

선미는 또 "콘셉트 자체도 굉장히 싱그럽다. 이전 곡들에 비해 많이 덜어내고 헤어 메이크업 의상 모두 덜어냈다. 그런데 신기한 게, 덜어내면 덜어낼수록 더 순수해지는 것 같다. 음악도 그렇고, 그런 점에서 속 시원하고 홀가분하다 느꼈다"고 말했다.

선미. 사진|강영국 기자
선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홀가분하다는 표현을 직접 한 이유는, 내가 데뷔 16년차이고 솔로로도 10년차가 됐는데, 2~3년마다 한번씩 앨범이 나오는 가수가 아니고 어떻게 보면 대중에 자주 보여지는 가수인데 항상 그게 부담이었다. '이번 앨범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항상 답이 거창해야 할 것 같고 그랬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1, 2년 할 거 아니니까 꼭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고"라며 "이번 앨범의 목표는 그냥 이번 곡을 들고 나왔고, 그걸 들어주시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니 오히려 너무 홀가분했다"고 말했다.

동명의 타이틀곡 ‘열이올라요’는 귀에 쉽게 꽂히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포인트인 곡으로, 여름날의 뜨거운 사랑의 열병을 흥미로운 표현법으로 그려냈다.

곡에 대해 선미는 "중독성 있는 노래다. 제목부터 일단 이 여름과 너무 잘 어울리지 않나. 곡의 콘셉트는 사랑의 열병 때문에 열이 오르는 여자를 표현했지만 살면서 열이 오르는 상황이 많지 않나. 그럴 때도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입부를 예쁜 기타 소리로 시작하는데 그 기타리프가 굉장히 동양적이다. 처음 들었을 때 뭐지 싶다. 한국의 한과 얼이 담긴 기타 리프로 시작해서, 묘한 노래"라고 자부했다.

이 곡이 전작 '보랏빛 밤'과의 연장선에 있다고도 설명했다. 선미는 "'보랏빛 밤'이 여름밤의 분위기를 담았다면 '열이 올라요'는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담은 노래이지 않을까 싶다"면서 "'열이올라요'가 낮 버전의 '보랏빛 밤'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보랏빛 밤'과 '열이올라요'를 같은 발매일을 보인 점에 대해 "두 곡의 상관성이 있는 것 같아서 같은 날짜인 6월 29일에 발매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열이올라요' 비주얼 콘셉트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선미는 "이번 디지털 싱글을 기획하며 어떤 표현이 어울릴까 생각했는데, 바람이 살랑거린다 하늘하늘거린다는 단어가 떠오르더라. 하늘하늘한 의상 그리고 아무래도 노래가 뜨거운 여름을 이야기하는 노래다 보니 얼굴에 열꽃이 핀 것처럼 빨갛게 표현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치크에 포인트를 줬다. 햇볕 많이 맞으면 주근깨가 생기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선미. 사진|강영국 기자
그는 이어 "원래 주근깨가 없는데 그렸다. 우리 어머니가 주근깨가 많으신데 아쉽게도 그걸 물려받지 못해 인위적으로 표현을 해봤다. 또 뜨거운 햇살과 어울리는 블러드 오렌지라는 과일이 있더라. 그 색으로 헤어를 표현해봤다.

선미만의 전매특허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밀도 있게 설명했다. 선미는 "이번 안무는 항상 같이 작업해주는 아우라 팀이다. 프라우드먼 모니카 선생님께서 이번에 특별하게 도와주셨다"면서 "부채가 무대 구성 요소 중 하나가 돼 아름답게 표현된다. 아우라 선생님들이 부채를 주제로 안무를 설명해주셨고, 포인트 안무는 훌라 춤이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안무는 고무줄 안무다. 선미는 "고무줄이 등장해서 내가 실제로 고무줄을 한다. 나는 초등학교 때 고무줄 놀이를 하고 놀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모르더라. 내 음악을 들어주시는 연령층이 다양하다 보니 나의 세대나 우리 부모님 세대는 추억하실 수 있고, 고무줄 놀이를 모르는 분들은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신박한 아이디어를 모니카 선생님이 만들어주셔서 안무가 다채롭게 구성하게 됐다. 실제로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너무 겸손 너무 착하시고 너무 순하시더라"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선미는 "'열이올라요'를 준비하면서 뭔가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떠오른 팀이 프라우드먼이었고 모니카선생님이었다. 그런데 이 신박한 고무줄춤 아이디어를 떠올려주신 것이다. 또 안무 중간중간에 프라우드먼이 짜준 것이 많다. 곡과 너무 잘 어울리는 안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부채와 고무줄이 등장하는데, 프라우드먼은 고무줄, 아우라는 부채 이렇게 주제를 짜서 만들어주셨는데 너무 잘 어울리더라. 그 둘의 요소가 무대에서 보여지면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퍼포먼스가 되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고충이 있는데, 부채가 굉장히 무겁다. 또 부채도 다 제작해야 하는데, 한국에 저렇게 큰 부채를 만드는 업체가 없다더라. 그래서 저 부채가 안 접힌다. 정말 모든 업체에 다 문의했는데 실제 부채처럼 제작할 수 없다더라. 펴진 부채처럼 제작하게 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선미. 사진|강영국 기자
타이틀곡 외 수록곡 '풋사랑 (Childhood)'은 선미가 직접 작사를 맡았으며 작곡에도 참여해 음악적 개성을 드러냈다. 세련되면서도 추억이 돋아나는 사운드와 멜로디 위에, 누구라도 겪었을 순수하고 풋풋했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곡으로, 선미만이 가진 섬세하고 감각적인 보컬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다.

곡에 대해 선미는 "'열이 올라요'를 타이틀곡으로 정해놓고 나서 비슷한 결의 음악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만들게 됐다. '풋사랑'은 다들 한번쯤은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다.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지고 여유로워져서 만났다면 이뤄졌을까 라는, 풋사랑 같은 이야기를 담은 곡"이라 소개했다. 그는 "영화 '노트북'에서 어린 두 친구가 만나는데, 처음엔 안 이루어지지 않나. 그런 아련한 감정들을 담아본 노래"라고 설명했다.

이날 선미는 스스로 생각하는 선미팝의 매력이나, 서머퀸 타이틀에 대한 욕심, 데뷔 16년차 가수로서의 소회 등 다채로운 질문에 어떤 가감도 없이 솔직한 답을 전했다.

먼저 '선미팝' 관련 질문에는 "사실 '선미팝'이라는 표현을 기자분들이 지어주셔서, 내가 선미팝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깊게 생각해봤다. 그 정의가 뭘까 생각해봤는데, 장르적 특성은 사실 없다. 내가 해온 음악들은 정말 다양한 장르들이고 레트로적인 요소가 늘 가미돼 있었지만 장르적 특징보다 그 음악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구분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밝은 음악을 해도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이는 게 있는 것 같다. 정말 싱그럽고 밝지만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 같은 게, 다른 음악들과 구분짓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름 컴백을 감행한 데 대해서는 "서머퀸 타이틀이 탐났나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선미는 "내가 겨울에 좀 많이 아프다. 앓는 편이다. 그래서 여름에 하는 활동을 선호하긴 하는데, '열이올라요'로 여름에 나오게 됐다. 서머퀸 서머퀸 하는데 나도 뭔가 그런 타이틀이 좀 탐났나보다. 그래서 보랏빛밤도 여름이고, 열이올라요도 여름이다"라고 밝혔다.

선미. 사진|강영국 기자
30대 가수로서 느끼는 소회도 전했다. 선미는 "제가 만으로 서른인데, 마음은 너무 서른 안 같다. 마음은 스물네 살에 머물러있는 아이 같다. 사실 저는 서른이 되면 뭔가 기분이 싱숭생숭해진다고 하고, 서른이라는 주제로 나온 곡들도 많으니까, 나도 그러려나 궁금했었는데, 정말 다른 것 같다. 내 세대의 30대와 우리 부모님 세대의 30대는 너무 다른 것 같다. 지금 여전히 너무 어리다"고 말했다.

30대에 보여주고 싶은 매력은 무엇일까. 선미는 "내 꿈은, '가시나' 활동을 할 때만 해도 '나도 2~3년이면 끝이겠지' 생각했다. 여자 아이돌이나 여자 가수들의 수명이라 해야 할까, 그게 짧으니까.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더라. 사실 나이가 크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사람이 충분히 멋있고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면 응원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선미는 "용기가 생겼다. '아 나 10년 정도 더 해도 되는 가수겠다' 싶다. 오늘만 해도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는데, 선미라는 가수를 이렇게 1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들 궁금해주시고 이렇게 응원해주러 오셨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10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콘셉트를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비결에 대해서는 "제 몸에 맞지 않은 건 안 하려고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선미는 "그리고 선미가 선미를 잘 아는 것, 어쨋든 모든 음악에는 내 의견이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이 정말 내가 만들거나 내가 겪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서른두살의 선미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을 수 있는데, 그건 서른두살 선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저는 앞으로도 다채롭게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긴 시간 활동하며 스스로에게 격려해주고 싶은 부분은 무엇일까. 선미는 "버틴 것. 살아남은 것. 그 점에 되게 칭찬해주고 싶다.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먹먹해했다.

선미. 사진|강영국 기자
선미는 "내가 항상 후배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우리 꼭 오래 버텨서 살아남자고.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더 스스로 쓰담쓰담 해주고 싶고, 제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늘 겸손하고 도태되지 않고 그렇게 해서 100m 달리기 선수가 아니고 마라토너의 마음가짐으로 더 멀리 더 오랫동안 달려볼 예정이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선미의 '현재'를 보여주는 새 디지털 싱글 ‘열이 올라요 (Heart Burn)’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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