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 보관 기간 늘어나는데..식품업계 불안한 이유

이선영 2022. 6. 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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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소비기한 표시제 계도기간 부여 유력 검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내년 1월부터 식품에 표시하는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식품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내년 1월부터 식품에 표시하는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식품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제도 시행 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공감하지만 보관 방법에 따른 제품 변질 등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소비기한 표시제에 계도 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9일 식약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식품 날짜 표시법을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한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으로, 실제 먹을 수 있는 기간의 70%에 불과한 유통기한보다 길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우유나 치즈 등 냉장 유통의 중요성이 높은 식품은 2031년부터 소비기한을 적용한다.

1985년 도입된 식품 유통기한 제도는 매장에서 판매해도 되는 최종 기한을 뜻한다. 해당 제도는 지난해 7월 24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소비기한 표시제로 바뀔 예정이다. 정부는 가정 내 식품 소비 및 쓰레기 배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사회적 비용 감소 차원에서 소비기한 도입을 추진했으며,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바로잡을 것을 기대한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에서 발생한 폐기물 총량 4만7000톤 중 음식물류 폐기물(분리배출·가연성)은 1만4000톤으로, 이는 전체 폐기물의 29.6%다. 이에 식품업계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정부의 소비기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등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정부 지침에 따라 차근차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두부의 경우 유통기한은 14일이지만 소비기한을 적용하면 그보다 90일 길게 섭취할 수 있다. 식빵의 유통기한은 3~5일이지만 소비기한을 도입할 경우 약 20일까지 증가한다. 또 라면의 유통기한은 5개월이지만 소비기한 적용 시 13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은 유통기한에 비해 비교적 길기 때문에 제품 판매 기한이 늘어나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유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식품 안전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게 되고 있는 것은 유통기한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더팩트 DB

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보관하고 섭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시행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으로 바뀔 때 소비자들에게 제품별로 보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기한이라는 것은 적절한 보관 방법을 사용했을 때 기준인데 제품별로 개봉 전에는 상온 보관을 하고 개봉 후에는 냉장 보관을 하는 등의 복잡한 보관 방식이 있다"며 "이를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기한만 믿고 이용했다가 품질에 이상이 생기면 온전히 기업에 책임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식품 안전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게 되고 있는 것은 유통기한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유제품의 경우 유통 과정상 변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소비기한을 적용할 시 소비자가 제조사에 문제 제기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유통기한을 적용해 식품 안전에 대해 꼼꼼한 편이고 철저하게 관리가 되고 있다"며 "하절기 같은 경우에는 제품 변질로 인한 소비자 문의가 많은데 그 이유가 사실 보관상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기한으로 바뀌면 제품 문제가 생겼을 때 제조사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또 음용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적용할 때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 회전율이 감소해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도가 완벽하게 정착될 때까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 표기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할 경우 이미 유통기한이 인쇄된 포장지 재고를 전량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수입 식품에도 내년 1월 1일 선적분부터 소비기한 표시 물품만 수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제조돼 유통기한 라벨이 붙은 제품은 수입 통관이 막히게 된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기한 표시제도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일정 기간 계도 기간을 둘 계획이며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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