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살 나치 부역자 5년형 선고..'역사 바로잡기'엔 시효가 없다

강제수용소 경비원 이력에 수용자 살해 방조혐의
독일서 나치부역 법정 선 최고령자..변호인 항소

독일 브란덴부르크 안 데어 하벨의 뉴루핀 지방법원은 28일(현지시각) 올해 101살인 요제프 쉬츠의 나치 부역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쉬츠가 법정에 앉기 위해 이동하면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브란덴부르크/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101살인 독일 남성이 나치 부역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았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안 데어 하벨의 뉴루핀 지방법원은 28일(현지시각) 올해 101살인 요제프 쉬츠가 1942년~1945년 사이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과 정치범,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 수천명을 살해하는 데 연루된 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쉬츠는 지금까지 독일에서 나치 부역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중 최고령이다.

작센하우젠 수용소는 1936∼1945년까지 유대인과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 나치에 반대한 정치범, 전쟁포로 등 20만명이 수용된 곳이다. 수만명이 강제 노역을 하거나 의료 실험에 동원돼 목숨을 잃었다. 굶주림·질병·총살로 사망한 이도 많다.

검찰은 옛 문서를 통해 쉬츠가 1942~1945년에 작센하우젠 수용소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독가스나 총살에 의한 살인 행위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쉬츠는 전날 열린 최종 변론에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자신이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고 지목된 기간에 다른 곳에서 농장 노동자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을 주관한 우도 레흐터만 판사는 “쉬츠의 주장과 달리 그가 수용소 경비원으로 일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3500여건의 살인 방조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변호인은 항소 뜻을 밝혔다.

독일에서 나치 부역 재판은 2011년 이반 데미야뉴크(존 데미야뉴크)가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전에는 강제수용소에 근무했더라도 살인 가담 여부 등 구체적인 범법 행위가 입증되어야 유죄 판결이 나왔었다. 데미야뉴크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소련의 붉은 군대에 입대했다가 독일군 포로가 된 뒤 나치의 강제수용소 경비원으로 자원해 근무했다. 1945년 종전 뒤 미국으로 이주했으나 나치 부역 혐의가 드러나 미국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독일로 강제송환됐다. 그는 2011년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5년형을 선고받고 이듬해에 숨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